▲△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고 '자유'보다 '민주'를 강조한 EBS의 다큐멘터리 <민주주의>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경제학도라면 분명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옹호하고 정부나 집단의 간섭을 배제하는 정통적인 자유 지상주의를 지지하는 자유경제원의 입장에서는 <민주주의>는 부정하고 싶은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그러나 "공정성과 학문성을 외면하고, 제작진 입맛대로 짜깁기되어 시청자를 선동하고 있다"라는 자유경제원의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선동'의 근거로 자유경제원이 제시하는 것들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북한 언급하지 않으면 '비교육적'이라는 자유경제원
자유경제원은 <민주주의>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 '사실이 잘못되었다'며 EBS가 '시청자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경제원은 주로 <민주주의>의 방송내용이 '팩트'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팩트가 아니라는 '실증'을 찾아내는 식의 반박을 했다. 예컨대 자유경제원은 <민주주의> 3부 중 옥스퍼드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학비 조달계획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된 데미언 셰넌의 사례를 비판했다. 매년 영국에서는 약 1,000여 명의 학생이 셰넌과 같은 일을 당해 합격이 취소되며, <민주주의>는 이를 부의 차이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라 평했다. 자유경제원은 "한국에서는 등록금이 없다고 합격이 취소되거나 부모의 소득으로 입학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소득 증명에 의한 장학재단과 대학의 장학금 지원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경제원은 영국의 사례가 한국 실정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48만 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학생 1인당 평균 빚은 1,445만원에 이른다. 한국의 수많은 학생은 빚을 진 채로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아예 대학 입학을 포기하거나 도중에 그만두는 사례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합격이 취소되지 않았을 뿐, 한국의 대학생들 역시 부의 차이로 인해 교육의 불평등을 겪는 것이다. 이것을 '장학재단과 장학금 지원'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주장이다.
또 다른 사례는 자유경제원은 1부에서 에티오피아와 보츠와나의 사례를 언급하며 "왜 북한의 기근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1부에서는 1980년대 기록적인 가뭄과 대기근이 아프리카 전역을 덮쳤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던 에티오피아와 보츠와나 두 나라의 사례를 든다. 군부독재 국가이던 에티오피아는 GDP의 46%를 군사비용으로 지출하며 기근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구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면, 196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민주주의를 채택한 보츠와나는 곡물의 생산량이 평년보다 1/4 가까이 줄었지만, 기근이 발생하지 않았다. 보츠와나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대규모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기근에 허덕이는 시민들을 구해냈다. 그런데 자유경제원은 아프리카의 기근을 설명하면서 1990년대 60~110만 명이 사망한 북한의 기근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또한 독재 권력이 장악해 기근이 심해졌는데 북한의 기아는 '남의 일'처럼 취급하는 비교육성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