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 언급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그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된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는 이상,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반헌법적이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1948년 5월 31일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승만의 제헌국회 개헌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승만은 개헌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30년에 정부가 수립되었다"며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제헌국회에서 만든 헌법 전문에도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하고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적시하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또한 정부 수립 후 발간한 관보에서도 임시정부의 연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뉴라이트가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조차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1919년부터 1948년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모조리 지워버리는 일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이는 반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인 인식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38선 이남으로 협소화되고 만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영토 조항을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건국절의 오류와 문제는 그 외에도 수두룩하다. 일본의 독도 야욕을 정당화시키는 합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 대한민국이 더 이상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일본에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는 점, 남북 관계가 단절되고 분단체제가 영구히 고착화된다는 점, 친일부역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점, 대한민국을 건국 68년의 신생 독립국으로 전락시킨다는 점 등 갖가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일에 대통령까지 합세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폐일언하고, 박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로 재점화된 '건국절' 논란이 친일과 독재의 그림자를 역사에서 영원히 지우려는 특정세력의 숙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고스란히 탑재한 박 대통령이 '건국절' 제정을 둘러싼 정치·역사적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는 의미다. 더욱이 그는 학계와 교육계,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국절' 제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를 부활시킨 장본인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대국민 선서를 한다.
헌법 준수는 대통령으로서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개인 '박근혜'의 의무다. 그러나 그는 역사적인 광복절에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위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뿌리부터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혼이 비정상'이지 않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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