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위해 떠난 70일간의 유럽배낭여행 중 네덜란드 풍차마을 나막신 공장에서. 왼쪽에서 두번째가 저자 이점우 씨다.
이점우
"어린 것이 뭘 안다고",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저자가 교육계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일까. 여행기인 이 책에는 이처럼 부모 자식 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들, 그에 관한 이야기들도 좀 있다. 주로 저자의 회한에서 비롯되는 글들이지만 위 인용한 글처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런지라 여행 정보를 얻거나 대리만족을 얻는 여행기를 읽는 맛과 또 다른 느낌과 감동을 쏠쏠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여행지에 대한 지식이 유독 많은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여하간 글을 통한 책에 대한 이해는 쉽다. 그런데 저자를 만나 이야기 나누며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얻고 느끼는 그런 무언가'를 얻고 싶었다. 저자만의 여행 꿀팁?, 그런 것들도 좀 얻고 싶었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 80일간 해외여행 중이란다. 아쉽지만 메일을 통해 물어본 몇 가지만을 전한다.
-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을 32개월짜리 손자와의 7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기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70대 할머니와 32개월 손자의 여행'을 궁금해 할 것 같다. "교사로 여러 지방으로 옮겨 다니며 참 바쁘게 살았다. 40대 중반, 불현듯 시작된 상실감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때 내게 구세주는 여행이었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창 사랑을 받을 나이의 아이들은 일과 학업과 여행으로 늘 바쁜 엄마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재능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한 것이 마음 아팠다. 특히 둘째 아들의 상처는 컸다. 다행히 그리 오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엄마로서 회한이나 죄책감은 쉽게 털어지지 않았다.
딸도 나처럼 자기 일로 바쁘다. 나야 몰라서 그랬다지만, 딸은 나처럼 일 때문에 자식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 엄마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딸은 자라면서 바쁜 나 대신 많은 일들을 해줬다. 이런 딸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내 자식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손자에게 해주면 딸에게 보답하는 것 아닌가. 때문에 계획한 여행이었다."
- 2014년 6월 19일부터 70일간. 사실 32개월 손자에게는 좀 무리한 여행 아니었을까?"여행을 계획하고 일정을 짰을 때, "어린 것이 뭘 안다고…"라며 걱정하거나, 쓸데없는 일 정도로 간주하는 등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염려와 달리 적응도 잘했고, 생각 이상으로 여행을 즐거워했다. 돌아와서도 "또 여행을 가자"고 하곤 한다. 지금도 며칠 전에 만난 손자와 영국과 아일랜드 여행 중에 있다.
32개월이란 월령은 지적 정서적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로 민감성과 아동학에서 흡수성의 시기라고도 말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며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게 하는 것은 지적 정서적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 도전 정신과 진취적인 사고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정말 잘 선택한 여행이란 생각을 거듭 하고 있다.
여행은 자기성찰에도 좋다. 훗날 성장한 손자가 훌쩍 떠난 여행에서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만약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을 망설인다면, 생각을 바꿔보길 권한다. 여행지에서의 아이의 행동과 변화 등에 중점을 두고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체면 차리는 어른, 손자 덕분에 더욱 인상 깊었던 여행- 어린 손자와의 배낭여행,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많을 것 같다. "손자를 위해 계획한 여행인데 결국은 내가 얻은 것이 더 많은 여행이 되었다. 교육자이다보니 머리로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 편에 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들에게는 감정이 앞서다보니 쉽지 않았다.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딸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지난날 나의 젊은 시절 모습을 그려보며, 회환과 보람, 후회와 행복했던 순간을 더듬었다.
덕분에 나를, 그리고 살아온 날을 정리하는 매우 가치 있는 시간들이었다. (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오히려 나를 위한 여행이 되었다. 출판사 측에서 책 제목을 정했는데, 제목을 접하는 순간 이런 내 맘과, 우리의 여행 목적과, 결과를 참 잘 표현한 제목이다 싶었다.
세인트 제임스 궁전(영국)에 도착하니 기마병 교대식 행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그 멋진 장면을 구경하거나 사진 찍는다고 정신없는데, 손자가 보병대를 흉내 내며 행렬을 따라가 순간 놀랐다. 그런데 결국 남편과 나도 아이를 따라 그 행렬 뒤를 따랐다. 손자가 그러지 않았다면 어찌 해보았겠는가.
손자 덕분에 더욱 인상 깊은 여행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른들은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선뜻 따라하지 못하는 것도 아이들은 느낌 그대로 표현한다. 굳이 불편했던 것을 말하라면 손자의 관점을 우선해 일정을 조절하다보니 가고 싶은 곳 다 못 가보고 못 본 것인데…, 훌륭한 여행 파트너 손자 덕분에 얻은 것이 더 많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