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과 함께 식사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성준 씨(가운데)
연정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기꺼이 해야죠집회 사회를 맡은 금속노조 충남지부 엄태광 수석부지부장이 더운 날씨에 집회 참여하는 이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애를 쓴다. 그닥 재미있지 않은 유머를 하며 스스로 민망해 하기도 한다. 날씨가 더우니 발언을 짧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민주일반연맹 전순영 위원장이 힘주러 왔다가 힘 받고 간다며 다음 번에 더 많은 동지들을 조직해서 함께 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해당 연맹 투쟁사업장인 서산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과 부산 방문간호사 투쟁을 소개하고, 투쟁 기금도 전달한다.
"이제 곧 투쟁 시작한 지 600일이 되는데,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기에 와서 갑을오토텍 동지들과 식사하면서 그 간의 과정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우리도 연대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부산에서 온 방문간호사 해고노동자 역시 갑을오토텍에 연대하러 와서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천에서 온 대학생 오선희씨는 여기에서 못 잊을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세상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진실을 배웠어요.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라는 게 너무 놀랍고 공장의 주인이 노동자라는 걸 절실하게 느낍니다."지난해 408일 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으로 복직한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였던 차광호씨는 함께 복직한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휴가 기간을 이 곳에서 보냈다. 휴가가 끝나고 난 뒤에는 거의 매일 퇴근한 후 이곳에 와서 저녁 문화제부터 새벽 정문 사수를 마치고 다시 회사에 출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리 일이니까요.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해야죠. 갑을오토텍 투쟁은 현재 자본과 노동자들 간의 분수령이 될 겁니다. 여기서 노동자가 꺾이면 힘들어질 거라고 봐요. 노동자가 이기면 열악한 노동자 현실 변화의 시작이 되거나 최소한 지금보다 악화되지는 않을 겁니다. 의미 있는 투쟁입니다."차씨는 많은 연대동지들이 함께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힘을 주고 있지만, 최근 연대동지들이 문화제 중에 단체로 떠나거나 자주 드나드는 등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며 연대동지들이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정문 사수 일정까지 마치고 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평화로운 노동자 권리 주장에 대한 과잉 대응의 결과자유발언과 노동가요를 함께 부르면서 집회를 이어가다보니 어느덧 한시가 된다. 햇볕이 몹시 뜨거워지면서 점점 힘들어진다. 폭염 속에 시멘트 위에 앉아있을 걸 예상하지 못하고 준비 물품을 챙겨오지 못한 필자는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그 위에 모자를 써서 햇볕을 가렸다.
하지만 머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 같고 팔은 따갑다. 아스팔트 위에서 계란프라이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뜨거운 날씨다. 조합원들은 이 힘겨운 시간을 하루 종일 견디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정문 앞에 있던 의경 세 명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는 일관되게 매우 합법적으로 질서 있고 평화롭게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야기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경찰은 과잉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데, 수십 개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필요 이상으로 경찰을 운용하면서 의경들을 힘들게 하고,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한 명 두 명 물품 지원하는 것까지 막고 있습니다. 저는 그 결과가 여기 있는 젊은 의경들이 35~36℃ 육박하는 날씨에 한 명 두 명 쓰러지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방효훈 대외협력국장은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비판과 함께 폭력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불필요한 경찰 병력을 투입하고 노동자들에 대해 과잉 대응하는 태도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