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까놓고 재벌책 표지
왕의서재
<툭 까놓고 재벌>은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는 '이이제이'의 대표 진행자 이동형의 책이다. 한국 사회의 비틀린 역사가 낳은 재벌이란 집단을 그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날 것 그대로 적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재벌의 성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일제가 버리고 간 생산수단을 불하받아 이익을 취하고 2. 미국과 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독차지하며 3. 탈법적인 인수합병을 감행하고 4. 시장을 독점하며 5. 문어발 확장을 시도하고 6.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세력을 구축해 7. 마침내는 골목까지도 침탈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부패한 권력과 유착해 벌이는 일이며 이를 통해 재벌은 전체 사회의 존속을 위협하는 '암덩어리'가 되어 간다.
재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패한 권력은 마땅히 사회 전체가 누려야 할 자산을 일부 기업에 특혜로 몰아주고 그 대가로 검은 돈을 지원받는다. 그렇게 성장해온 권력과 재벌은 자신을 위해 서로 간에 강력한 유착관계를 형성한다.
이렇게 커온 재벌에게 혁신이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수 대중은 재벌과 권력이 영합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고서도 그에 대항할 기회를 놓쳐왔으므로 오늘의 상황을 마주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읽고 보면 틀린 말 하나 없다. 더구나 책이 다룬 두산, 선경, 한화, 대성, 쌍용, 한진, 삼성, 대우 등의 사례가 재벌의 탄생과 성장을 너무나 명료하고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어 이전까지 재벌에 대한 지식이 없던 사람이라도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재벌이 오늘의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에 재벌을 바로 이해하는 건 한국사회 전체를 온전히 알기 위한 필수적 과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역할을 돌아보는 건 지나간 세대가 다가올 세대에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를 알게끔 한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내놓은 결론은 모두가 알 수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수도 없이 들었던 경제민주화와 그와 관련된 논의가 그것이다. 저자는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는 게 곧 재벌의 영속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번 만큼 세금을 낼 것과 부동산 투기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독점과 수탈을 중단하고 공정경쟁에 돌입하라는 구호도 뒤따른다.
생각해보면 이토록 온건하고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사회의 비극이다. 더불어 책이 대부분의 장에 걸쳐 역설하는 재벌의 속성에 따르면 이러한 개혁을 재벌이 먼저 받아들이길 기대하는 건 순진함을 넘어 멍청한 일이다.
결국 답은 정치에 있다. 소수 재벌이 역시 소수 권력자와 영합해 다수 대중의 이익을 가로채 왔음을 알리고 이제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왔음을 전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라 하겠다.
툭 까놓고 재벌 - 그토록 숨겨두고 싶었던 대한민국 재벌의 탄생과 성장 이야기
이동형 지음,
왕의서재, 2016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