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사진동루
신재화
아홉 굽이 계곡을 틀어쥐고 자리 잡다'계곡을 틀어쥔다'는 뜻의 '파계'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계사는 사찰의 양옆으로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팔공산계곡의 흐름을 모아서 틀어쥐듯 계곡 사이의 비탈에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고 앉아있다. 파계사는 그 이름 말고도 휘돌아 내려가는 계곡을 통해 땅의 기운도 함께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풍수적 조처를 했는데, 사찰의 본 영역으로 들어서는 누각의 이름을 '기운을 누른다'는 의미를 가진 '진동루'로 명명한 것이나, '진동루' 아래로 인공연못을 조성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듯하다.
언뜻 계곡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듯 자리 잡은 탓인지 사찰의 규모가 옹색하거나 복잡다단할 것 같지만, 사찰 전체를 마치 연극무대의 커튼처럼 가로막고 서 있는 '범종각'과 '진동루'를 돌아 파계사의 중심 건물인 '원통전' 앞에서 서게 되면 이 절의 가람배치가 얼마나 정연한 구조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규모 면으로는 크지 않지만 딱 그만큼이다 싶게 자리 잡고 앉은 원통전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들어선 설선당, 적묵당, 기영각, 그리고 골짜기를 살짝 지나 자리 잡은 여러 건물이 답답해 보이지 않게 높이를 달리하며 들어앉아 건물과 건물 사이를 좁은 통로와 계단으로 잇고 명확하게 구획을 나눠놓음으로써 크지 않은 부지에 들어서 있으면서도 결코 좁은 절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조성되어 있다.
거기에다가 원통전과 설선당, 적묵당으로 이뤄진 네모난 마당은 반듯한 화강석으로 덮어놓아 훨씬 더 넓고 정연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데, 그에 더해 새삼 이 절이 오래된 수양공간이었음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