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도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전갑남
물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토란잎은 끝이 말라비틀어졌습니다. 서리태며, 생강잎도 시원찮습니다. 작물들이 목이 타는 것이 눈에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아저씨는 고추밭은 공을 많이 들인 거니까 고랑에라도 물을 줘 보라고 합니다.
"고랑에 물 주어야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요?""아냐! 밭고랑에도 뿌리가 닿았을 테니까, 물을 적셔주면 좀 낫겠지!""그럴까요?"아저씨는 가뭄에 밭작물 타들어가는 걸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애써 가꿨으니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게 도리라는 걸 강조합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렸으면아저씨께서 다시 말을 꺼냅니다.
"요즘 벼 모가지 올라오는 것 알제?""지금 막 벼이삭이 패기 시작하더라고요.""이때 논물이 넉넉해야 하는데, 논도 마를 거야?""그래서 그런지 수로에 물이 많이 흐르데요!"수로관계시설이 잘 되어서 망정이지, 요즘 같이 가물면 한 해 논농사도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수'가 있다고 하십니다.
나는 지하수 호수를 끌어다 고추밭고랑에 물을 적셔줍니다.
예전 어른들 말씀이 생각납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다'농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으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자식들 목구멍에 밥 들어가는 소리'와 같다고 비교했을까요?
농사가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소중한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을 지키는 소중한 일임을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옛말이 요즘 들어 많이 퇴색되어가는 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