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술판'으로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사진 (2012년 3월)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나는 전철, 특히 노선에 산이 많은 수도권 전철 경춘선을 매우 자주 이용하며 생활했는데, 그러면서 수많은 등산객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진상짓' 또한 매우 자주 볼 수 있었다. 경춘선에서 본 등산객들은 전철 양쪽 의자에 주르륵 앉아 서로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떠들곤 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을 껄껄대며 만들어내는 모습은 저절로 표정을 구기게 한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자세가 흐트러진, 누가 봐도 술기운이 얼큰하게 오른 이들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대체로 그들이 더 소란스럽고 더 시끄러웠다.
내가 타는 역은 경춘선의 수많은 산들을 지난 후에 있는 역이기 때문에, 오후에 서울 방향으로 타면 앉을 자리가 없었다. 자리에 못 앉아 오는 등산객들도 부지기수였는데 그들은 서서 손잡이를 잡고 오는 대신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곤 했다.
조그만 철제 간이의자는 물론 돗자리를 펴고 앉아 오는 이들도 있었는데, 감이나 사과 따위의 과일을 (산에서 미처 다 못 먹었는지) 깎아 먹는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막걸리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떨어져 있는 누군가에게 음식을 권하고 먹는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코레일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해서인지 그 수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렇게 자리를 펴고 앉아 취식과 음주를 하는 이들이 종종 존재했다.
또 그들 중 일부는 집채만 한 배낭 따위를 메곤 했는데 '등산' 이 아닌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를 '등정' 하는 것 같은 거대한 배낭은 다른 승객들을 방해하고 통로를 막기에 딱 좋았다. 덕분에 만원 전철에서 그들의 거대한 배낭을 피해 지나가거나, 자리에 앉아도 그 배낭 때문에 내 자리가 줄어드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았다.
등산객 중 남성들은 꽤나 높은 확률로 '쩍벌'을 하곤 했는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은 눈치를 줘도 다리를 오므릴 줄 몰랐고, 이때는 나 또한 완력으로 다리를 벌려 그들이 다리를 강제로 오므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끝도 없이 다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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