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심은 사과나무, 과연 살아날까?

6월 1일 '채무 제로 기념식수' 차광막 씌워... 전문가 "이식 시기 부적격"

등록 2016.08.04 19:58수정 2016.08.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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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정문 정원에 지난 6월 1일 옮겨 심은 사과나무는 과연 불볕더위를 이겨내 살 수 있을까? 푸른 잎과 열매로 무성해야 할 시기인데 앙상해진 나무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현재 사과나무는 잎이 거의 떨어지고 열매도 솎아낸 상태다. 위에는 햇살을 가리기 위한 차광막이 설치되어 있고, 나무에는 영양제가 공급되고 있다. 주변의 푸른 나무들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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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채무 제로' 기념으로 지난 6월 1일 도청 정문 정원에 옮겨 심은 사과나무다. 사진은 8월 4일 오전 상황으로, 차광막이 씌워진 상태에서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이 나무를 본 시민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4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농민단체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왔던 농민들은 "나무가 왜 저렇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농민은 "사과나무가 이 불볕더위에 고생하고 있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한 사과나무로 아는데,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한다. 그런데 차광막을 씌워 놓아 볼 수 없게 해놓았다. 기분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6월 1일 홍준표 지사 '채무 제로 기념' 식수

이 사과나무는 홍준표 지사가 '채무 제로'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다. 경남도는 지난 6월 1일 '경남도 채무 제로'를 선포하면서 "홍준표 지사가 지난 3년 6개월 동안 경남도의 채무 1조 3488억 원을 다 갚은 것을 기념해 기념식수로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사과나무는 20년생 '홍로' 품종으로, 함양 수동면 사과영농조합에서 기증한 것이다. 당시 홍 지사는 사과나무를 심은 이유에 대해 "재정 건전화와 경남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 가는 마음을 남기기 위해서다"고 했다.


홍 지사는 "미래세대에 빚이 아닌 희망을 물려주기 위해 사과나무를 심었다"며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이후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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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채무 제로' 기념으로 지난 6월 1일 도청 정문 정원에 옮겨 심은 사과나무다.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7월 중순경 차광막이 씌워진 상태에서 일부 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 윤성효


이후 사과나무는 비실비실했다. 나무는 여름인데도 잎이 누렇게 변하기도 했다. 옮겨 심은 뒤 기념행사를 하고 난 뒤에 차광막을 씌웠다가 거둬낸 뒤 몇 주 뒤에 다시 설치해야 했다.


지금 이 나무는 열매 10여 개도 전부 솎아 낸 상태다. 또 사과나무는 뿌리가 잘 활착하도록 배관 4개를 설치해 산소와 활착제 등 영양제를 수시로 공급하고 있다.

"이식 시기와 장소 부적격" 지적

이 사과나무는 이식 시기와 장소가 부적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경전문가 박정기(창원)씨는 "사과나무 이식 시기와 장소가 맞지 않는 것 같고, 한 마디로 '부적격 이식'이다"며 "사과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이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함양과 창원은 낮 기온차가 별로 나지 않지만, 주변 상황을 보면 다르다. 창원은 분지형 도시이고, 나무가 심어진 주변의 3면은 도로로, 낮에 복사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나마 새벽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가 정신을 차릴 수 있다. 함양은 그런 여건이 되지만 나무가 옮겨 심어진 주변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금 상황에서 잎이 지고 열매가 떨어지면 살 확률이 높지만 반대로 잎과 열매가 붙어 있으면 반대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식 시기와 장소가 부적격했지만 지금이라도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무 제로 기념으로 심은 나무라면 만인이 와서 볼 수 있도록 해놓아야 하는데 차광막이 씌워져 있으니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과나무는 경남도청 회계과에서 관리하고 있다. 경남도청 담당자는 "나무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고 요즘 기온이 높다보니, 뿌리에서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양과 잎으로 발산하는 양을 맞추기 위해 차광막을 씌웠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잎을 퇴색시키다 보니 누런 잎이 생겼다"며 "나무가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고생을 좀 하고 있지만 고사하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수분을 체크하고, 부족한 영양제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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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채무 제로' 기념으로 지난 6월 1일 도청 정문 정원에 옮겨 심은 사과나무다. 사진은 8월 4일 오전 상황으로, 차광막이 씌워진 상태에서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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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채무 제로' 기념으로 지난 6월 1일 도청 정문 정원에 옮겨 심은 사과나무다. 사진은 8월 4일 오전 상황으로, 차광막이 씌워진 상태에서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사과나무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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