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삼림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지하삼림, 1만3000살
윌북
난쟁이 모볼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 있는 나무로 서스만이 만난 건 지금은 살아 있지 않은 1만3000살 먹은 일명 '지하삼림'이다. 겉으로 보면 작은 수풀로 보이는데 사실은 커다란 나무의 윗부분이 지표 위로 조금 나와 있는 것이다. 빙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한데 뜨거운 아프리카 태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영리한 생존법을 터득한 종이라 할 수 있겠다.
이토록 영리한 생명체지만 아프리카에선 천대받는 신세다. 독이 있는 종도 있어 가축을 키우는 농민에겐 골칫거리가 되고 건설노동자가 길을 닦다 난쟁이 모볼라를 만나면 캐내기 어려워 고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난쟁이 모볼라를 죽이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가지를 잘라 물을 흡수하게 하고 중간에 물을 독으로 바꾸는 방법이란다. 나무를 독살하는 것이다.
서스만은 위대한 모험가 어니스트 셰클턴이 심장마비로 죽은 사우스조지아섬 연안에서 그의 발자취를 좇고 반경 수십킬로미터에 사람 한 명 없는 어느 북쪽나라에서 온전히 홀로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서스만이 지난 10년 간 겪고 느낀 바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면 책은 그 역할을 톡톡히 다 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목적 자체보다 주변 일들에서 심오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08년에 그린란드에서 고고학자 마틴 아펠트의 연구팀과 함께 낚시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배가 고팠고 고기를 낚아 저녁으로 먹을 참이었다. 바다에는 커다란 송어가 가득해서 인간이 퍼지기 전 지구의 모습을 보는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물을 던졌더니 곧바로 두 마리가 잡혔다. 고고학자들은 한 술 더 떠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아펠트는 단번에 송어 한 마리를 바위 쪽으로 몰아 건져 올렸다. 그리고 나를 부르더니 물고기를 먹으려면 그것을 죽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먹거리에 대한 내 원칙을 시험하는 말이었다. 나는 10대부터 20대까지 엄격한 채식주의자였지만 몸이 안 좋아진 이후 해산물을 먹게 됐다. 내 손으로 죽일 수 없는 (그리고 죽이지 않을) 것은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했는데 물고기는 죽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런가? 아니면 그렇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는가? 이를 시험할 상황이 온 것이다. 나는 돌로 송어 대가리를 서툴게 두 번 가격했다. 그리고 아펠트가 마무리를 했다. 머리로만 믿던 신념을 실제로 시험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 경험을 겪는 곳이 낯선 곳일 수는 있지만, 이후 그 경험은 계속해서 나와 함께하게 된다." - 29p
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윌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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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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