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교육부의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3일째 점거농성이 진행 중인 본관 앞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1.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말은 난센스다. 현실적으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라 재단이다. 이것은 명확하게 밝히고 넘어가자.
2. 재단이 학교의 주인이기 때문에, 학생은 재단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다. 소비자라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있다. 수업의 질, 쾌적한 학교 시설, 충분한 도서관 장서 등과 함께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졸업장의 가치'다. 학생들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교를 다니는 것은, 그 결과로 얻는 '졸업장'이 취업시장은 물론 향후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여러 과정에 있어 하나의 유용한 "신호(Signal)"가 되기 때문이다.
2001년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함께 "정보 비대칭 시장의 분석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는 '잡 마켓 시그날링 (Job Market Signaling)(1973, QJE)"에서 왜 '좋은 대학교'의 졸업장이 기업 및 구직자에 의해 선호되는지 밝힌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구직시장은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인데, 구직자는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으며 블러핑(허풍)을 할 유인이 있는데 반해, 기업 및 인사담당자는 구직자의 역량을 100% 확실하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은 지원자의 역량을 확신할 수 있는 신호가 필요한데, 좋은 대학교의 좋은 학점과 졸업장은 그 지원자의 역량을 확신시켜주는 좋은 신호가 된다. 물론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해 학벌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시장이 붕괴되는 것보다는 이게 낫고, 자기소개서보다 학력과 학점이 더 검증되고 신뢰성 높은 자료임이 실증분석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들의 시위는 이러한 맥락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위가 된다. 대학의 교육 서비스를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자신들이 구입하는 상품의 가치를 판매자가 앞장서서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3. 이런 맥락에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들의 싸움은 아쉽지만 방향을 살짝 잘못 잡았다. '졸업장의 가치'와 '교육 서비스의 가치'로 방향을 설정해 졸업생들을 이에 동참시키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