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에서 내려다 본 한강이 맛에 새벽산을 오릅니다 그려
이희동
주중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무거운 눈꺼풀과의 싸움이 가장 큰 난관이지만, 매번 같은 산을 오르다보면 느낄 수 있는 매너리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물론 운동을 위해 산을 오르면서 무슨 매너리즘을 느끼느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산을 오를 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날씨와 식생들을 보면서 그 차이점을 느껴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산을 올라보시라. 날씨가 좋아 풍경이 기가 막힐 때야 산을 오르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점철되는 것이 산행이기도 하다.
그럼 이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자의 묘수들이 있겠지만, 내가 나름대로 찾은 방법은 등산로를 바꿔가며 산을 오르는 것이다. 정상을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다니는 산을 모두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주요 등산로가 아닌 곳에 위치한 절경들을 만날 수 있으며, 지도상에 없는 오솔길도 걸을 수 있다.
1년 전 암사동으로 이사한 이후 다니는 아차산은 그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 걷기에 안성맞춤인 산이었다. 비록 그 전에 다녔던 검단산 보다는 높지 않지만 아차산은 용마산, 망우산과 이어져 있어 속속들이 구경할 곳이 많았고, 한강 옆으로 시야가 트여져 있어 내려다보는 풍광이 절경이었으며, 바위가 많아 등산로도 내가 개척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