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분장사무(예규, 위)와 김광준 전 부장검사 공소장 중 일부(아래). 공소장에 기재된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라는 문구가 분장사무에는 없다.
오마이뉴스
특히 김 전 부장검사는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자신의 뇌물수수가 '직무'(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분장사무(예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공소장(2012년 12월 7일)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3부 소속 검사는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 법조·언론 주변 부조리 관련 사범(감사원 고발·수사의뢰 사건 포함)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과 그 정보·자료 수집을 담당"한다고 적시했다. 특임검사팀은 각주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출처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분장사무(서울중앙지방검찰청 예규 제99호, 2007. 6. 1 시행) 제14조'라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분장사무(예규 제99호)는 특수3부 검사의 직무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소속 공직자 비리, 법조·언론 주변 부조리 관련 사범 등의 인지수사 및 처리'로 규정해놓았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는 직무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따라서 서울 외 다른 지방에서 발생했던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범행이나 유진그룹 관련 형사사건 수사를 원칙적으로 특수3부의 직무범위로 볼 수 없어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강태용씨와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빌린 수억 원을 '알선수재 뇌물'로 엮기 위해 검찰이 검찰 예규에도 없는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 문구를 끼워넣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김 전 부장검사는 김수창 특임검사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관할 내 사건만 한정하여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성격에 따라 그 관할구역 외에도 전국적인 사건을 수사하기도 하고, 공직자 비리, 법조·언론 비리사건 외에 기업·금융 비리사건도 수사한다"라며 불기소('고소 각하') 결정을 내렸다(2014년 1월).
앞서 2심 재판부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제3부 부장검사로서의 피고인 김광준의 직무범위를 의도적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검사가 공소장에 직무범위를 임의로 조작하여 기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현직 부장검사의 지위에서 직무 대상자들과 무분별한 금전적 관계를 가져온"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편지에서 "(검찰이 예규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라며 "검찰이 예규를 조작한 부분의 진실을 밝혀 달라"라고 촉구했다.
"제일저축은행 비리대출 수사 이후 청와대에서 뒷조사"원래 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은 경찰에서 먼저 인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감찰에 이어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등 '부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의 수사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 전 부장검사가 편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서울대 법대 동기인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연락해 "지금 경찰에서 조사하는 내용이 무엇이고, 그것에 해명하는 진술서를 작성해 보내주면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결과를 알려주겠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진술서를 작성해 최재경 부장에게 보냈고, 며칠 뒤 최 부장으로부터 "감찰조사를 받고 적절한 징계를 감수하라"라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다음 날 대검 감찰본부에 출석해서 감찰조사를 받았는데 이것을 알게 된 경찰이 온갖 유언비어성 내용을 각 언론사에 배포해 저를 천하에 몹쓸 놈으로 만들면서 경찰에서 먼저 수사 단서를 포착했으니 경찰에서 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에) 한상대 검찰총장은 검사가 경찰에서 조사받는 선례를 남기기 않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검사 13명을 차출해 저를 대상으로 먼지털이식 전방위 수사를 해서 중형을 받게 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이러한 지시가) 검찰이 온갖 불법·부당한 행위를 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자신이 '10억 원대 뇌물 검사'로 찍히게 된 계기가 '제일저축은행 비리대출 사건'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2010년-2011년)로 근무할 때 제일저축은행의 거액 불법 대출을 확인하고 유동천 회장과 유병국 전무 등을 구속하자 유동천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 등에게 로비해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뒷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유동천 회장의 범죄사실 중에 이상득 의원 보좌관 등 측근에게 금품을 교부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간접적인 정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 제일저축은행에서 일부 예금 인출 현상이 벌어지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대검 대변인을 통해 '제일저축은행 전무 개인비리 차원의 수사였고, 제일저축은행 대출수사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제일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라고 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제가 그냥 총장의 개인 부탁인지 직무명령인지 확인해 달라고 하니 (총장의) 직무명령이라고 확인해줘서 그 명령(수사 중단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며 "그 후로 청와대 민정팀에서 제 뒷조사를 계속 했고, 다음 인사 때 불이익을 받고 공정거래위 파견을 명령받아 사실상 수사권을 박탈당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 이후에도 청와대 민정팀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꾸준히 제 뒷조사를 했고, 그런 와중에 강태용에게 2억 원을 차용한 것이 제 계좌에서 확인되니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범죄정보과, 지능수사대에서 저를 내사해 이 지경에 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MB정부 출범 직후 법무비서관 추천... 여자문제로 거절"한편 김 전 부장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추천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08년 2월 MB정권 출범시 저에게 '법무비서관에 추천되었으니 계좌 추적 등 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인수위 직원의 연락을 받았다"라며 "뒤이어 검증을 담당하게 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다"라고 술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검사라면 거의 전부가 맡고 싶은 직책이지만 저는 당시 부적절한 여자관계가 있어 양심상 도저히 그러한 직책을 맡을 수 없었고, 조만간 공직을 사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맡을 수 없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 후 박영준씨가 전화해 '재산검증은 필요없으니 바로 와서 합류해 일하면 된다'고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것이 제가 표적사정의 대상이 된 이유라고 전해들었으나 확인은 불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과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사건과 정윤재 청와대 의전비서관 뇌물수수 사건, 전군표 국세청장 뇌물수수 사건, 제일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등을 수사했고, 옷로비 특검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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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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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10억 뇌물수수 검사'로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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