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핵발전소 -모두 6기가 있는데 카메라에는 5개가 포착되었다
이원영
현재 국내 고준위 핵쓰레기는 핵발전소 격납건물 내 저장수조에 '임시'로 보관 중인데, 2019년 월성핵발전소를 시작으로 2024년 영광핵발전소, 고리핵발전소, 2037년 울진핵발전소 순으로 저장 수조가 꽉 차 버릴(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경주월성과 마찬가지로 영광지역은 이 문제로 들끓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에 걸쳐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날치기'추진 절차를 지켜보던 영광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영광주민들의 주요 요구사항을 소개한다.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 타당성조사 즉시 중지 ▲단기저장시설 신축 및 구조물 설치반대, 즉각 철회 ▲한빛원전 수명연장 없다! ▲정부·한수원은 지역주민 갈등조장 즉각 중단 ▲고준위 핵폐기물의 모든 사항은 군민의 합의하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군민과 함께 하라!"
원래 핵폐기물은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이론적 해법이 없다. 인류의 어리석은 선택이 우리를 자폭의 길로 몰고 있는 것이다. 마치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계속 쌓아가는 '위험의 영구화'를 획책하는 구조다.
화장실을 만들 가망이 없으면, 즉 근본적인 핵폐기물 대책이 없으면, 기형적 아파트를 포기하고 '화장실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즉 '에너지전환'을 해야 마땅하다. 이는 에너지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생명과 인륜의 문제다.
크게 각성하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은 무지몽매한 것이 아니면 알고도 묵인하는 것이다. 자식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반인륜이다. 그들은 '부관참시' 될 것이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불갑사를 지나면서 중현스님과 윤지관 교수(덕성여대)와 함께 했다. 중현스님은 일찍이 4대강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스님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불교환경연대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윤지관 교수는 필자의 지인으로서 한국대학학회를 창설하고 회장을 맡아 사학문제를 바로 잡는 등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개혁에 기여하고 있다. 이 분들과 무장읍성에서 동학농민의 봉기의 뜻을 기리며 출발하여 동학 손화중 장군이 민중의 염원을 실현하는 미륵신앙의 비결을 꺼냈다는 도솔암 마애불까지 동학군의 진격로를 따라 걸었다.
▲도솔암 마애불
이원영
윤 교수가 "그렇다면 핵마피아의 정체는 무엇인가요?"라고 묻길래 설명했다.
"독일의 헤르만 셰어라는 분이 그들의 핵마피아의 구조적 본질에 대해 정곡을 찌른 표현을 했습니다. '만약 태양광이 중앙집중식 공급체제의 주 에너지원이고, 핵발전소가 지역자립적 에너지원으로 기여하는 식이라면, 그들은 기꺼이 핵에너지를 버리고 태양광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했지요. 바로 그겁니다. 에너지경제를 통제하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죠. 밀양송전탑 갈등의 본질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위령제문 |
탈핵과 생명의 존귀함을 널리 알리고자 나선 국토순례의 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조촐한 위령제를 이곳 팽목항에서 올리면서 삼가 위령제문을 낭독합니다.
2년 전 4월 15일 저녁, 이 땅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여행하고자 476명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일반인 승객 그리고 선원들은 인천항에서 청해진 해운 소속 세월호 여객선에 승선하였습니다.
인천항을 출항한 세월호는 서해의 밤공기를 뒤로 하고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푸른 바다 남해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아침, 우리의 학생들은 여행의 추억을 저마다의 가슴에 아로새기며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일반승선객들 또한 남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 입니까?
눈앞이 캄캄해 옵니다.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온몸이 찢기고 아픕니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과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며, 왜 이럽니까?
다리가 부러져라 발버둥을 쳐도, 주먹이 부서져라 벽을 쳐도 움직일 수가 없으며, 가슴을 쥐어뜯어도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그리운 이를 부르려 해도 말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그리운 이를 그려보아도 의식이 몽롱해지기만 합니다.
아! 295명의 사망자와 아마도 명을 달리했을 9명의 실종자들이 세월호의 선실에서 그렇게 이생의 인연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왜? 무엇이? 누가? 그들을 저 차가운 남해 바다 속에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잠들게 했습니까?
기업과 선주는 돈에 눈멀고, 안전을 외면했습니다. 정부는 관리와 감독을 외면했습니다. 그들은 죄인이며, 무고한 이들을 숨지게 한 원흉입니다.
사회의 기능은 감시와 고발을 외면했습니다. 우리 또한 그분들의 이생을 마감토록 한 공동의 죄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무슨 말과 행동으로 그들과 그 유가족을 위무할 수 있겠습니까? 무슨 낯이 있어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쉴 수가 있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 선 저희들은 295명의 사망자와 아마도 명을 달리 했을 9명 실종자의 영령에게 삼가 고합니다.
이제 그만 고통을 내려놓으소서! 이제 그만 그리움을 내려놓으소서! 그리하여 고통이 없는 영원한 평안의 세계로 나아가소서!
우리는 여러분들의 죽음이 이 땅의 안전과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는 거룩한 희생으로 승화되도록 일로 정진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족을 위무하고 한을 풀도록 따뜻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못 이룬 꿈을 이 사회가 대신 하도록 정진하고 정진 할 것입니다.
남해바다에서 생을 달리한 세월호의 영령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살아있는 우리들이 사회의 부조리, 무질서, 여러분과 가족의 억울함, 왜곡되어가며 외면당하기만 하는 역사와 사회의 현실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 잡아나가겠습니다.
그리하여 희생자 여러분은 영원한 평안의 세계로 나가게 하며, 가족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은 모두 함께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정부당국은 세월호 사태의 전말에 대하여 명징한 조사와 관계자의 엄벌 그리고 세월호의 지체 없는 인양을 거듭 촉구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와 실종자의 영령에 온 힘을 다해 정성으로 삼가 고합니다.
이제 그만 고통을 내려놓으소서! 이제 그만 그리움을 내려놓으소서! 그리하여 고통이 없는 영원한 평안의 세계로 나아가소서!
삼가 분향하고 제문을 올립니다.
단기4349년 7월 14일
탈핵생명 국토순례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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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2021~2022)를 거쳐 현재 언론개혁시민행진단장을 맡고 있다.
올해(2023년)2월 수원대 교수(도시계획)에서 정년퇴직하였고 현재 국토미래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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