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10일 삼척 해변에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해변 가족캠프
김광호
민중의례가 끝나고, 첫 발언자인 최창동 동양시멘트지부장이 맨발로 나와 마이크를 잡는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할 때, 맨발로 나와 맞이하던 우리 옛 풍습이 생각나서 반가운 마음에 맨발로 나왔다고 한다. 투쟁 중에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지 아직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최 지부장이 지난 주말에 열린 1박 2일 해변 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한 분 한 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요. 다음에 오시면 이번에 물 안 빠진 동지들 물에 빠트리겠습니다." 넉살 좋은 사회자 김경래씨가 지부장의 발언을 이어받는다.
"삼척에 그렇게 작은 해변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좋은 고장에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데, 자본가들은 그 마을 안 사람들을 갈라치기 해왔습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단순히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장 안의 삶을 바꾸는 것입니다."지난 주말 삼척 해변 문화제에 참석했던 고진수 세종호텔노동조합 위원장이 이야기한다. 동양시멘트 생산직 노동자들은 서로 친인척, 학교 선후배, 동네 형님, 동생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관계다. 이들 중 누구는 정규직으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10명 정도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 신규 채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의아할 때가 많다. 노동자들 사이에선 채용 비리에 대한 소문도 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은 생의 희망이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 몫이 될 때가 많았지만, 정규직이 되기 위해 감내해야만 했다. '돈 없고 빽 없이' 지원했다가 4~5번 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었다.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대규모 부도로 2013년 10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2년도 안 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법원 회생계획을 초과 달성하여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했다. 이는 삼척시와 시의회, 지역사회 단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동양시멘트의 성장은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위장도급이라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마자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로도 부족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해고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지역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법정관리 시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지급하던 임금인상 6개월 소급분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규직이 희생할 테니 비정규직도 희생하라는 요구에 회사가 어려우니 고통을 분담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규직은 소급분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일식 요리사인 고진수씨 역시 부당해고와 강제전보 등의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이다. 그는 콜트콜텍, 양재동 유성기업, 동양시멘트 등 현재 서울 곳곳에 나뉘어 있는 투쟁들을 모아 함께 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사회보장정보원과 세종호텔, 티브로드 등 충무로 인근에 있는 투쟁사업장들이 함께 '충무로 공동투쟁'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준다.
"노래해~ 노래해~"발언이 마무리되었지만, 고진수 위원장은 마이크를 놓을 수가 없다. 결국 민중가요 <탈환>을 참석자들과 함께 부르고서야 들어온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