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발에 이마를 대고... 마음 울리는 네팔 인사법

상대의 두 발 높이 쳐들고 자신의 이마를 상대의 발등에 대는 하심(下心)

등록 2016.07.26 13:41수정 2016.07.2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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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쉬바천 초등학교에서 칠판과 컴퓨터 전달 행사를 마치고 나오니 땅거미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콧수염을 기른 교장선생님과 학교 운영위원장님이 교문 밖까지 나와 인사를 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우리는 서로 합장을 하며 네팔식으로 석별의 인사를 했다. 교장선생님은 이 학교에도 장학금을 후원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이렇게 먼 길을 오시어 아이들에게 새 칠판과 귀한 컴퓨터를 선물해 주시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희 학교에도 장학금을 후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늦게까지 너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교장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교장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최오균

워낙 오지인지라 컴컴해진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하기 그지없다. 시토울라가 학교 건너편에 있는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고모님이 저 집에 살고 계시는데요. 잠시 들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래요. 그렇게 하지요."
"오랫동안 뵙지 못했는데요. 잠시 인사만 드리고 나오겠습니다."

고향을 떠나 멀리 한국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시토울라 고모님 댁에 들르니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토방의 나무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노란 속치마에 청색치마를 입고 단정히 앉아계신 할머니는 무척 인자해 보였다. 보살이 따로 없다! 저 할머니가 바로 보살의 모습이다! 할머니는 시토울라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시토울라는 고모님 앞으로 가더니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고모님 발을 받들었다. 그리고 발끝에 고개를 수그려 그의 이마를 고모님의 발등에 대고 "나마스테!"를 속삭이며 겸손히 읊조렸다. 고모님은 양손을 뻗어 그의 머리에 대고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를 연발하며 인자한 표정으로 축복을 내려 주셨다.

 케이피 시토울라가 고모님 앞에 엎디어 고모님의 두 발을 높이 받들고, 고모님 발에 이마의 정수리를 대고 있다. 고모님은 양손을 뻗어 시토울라의 머리에 대고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이 자세는 상대방을  최고로 존경하는 네팔의 전통 인사법이다.
케이피 시토울라가 고모님 앞에 엎디어 고모님의 두 발을 높이 받들고, 고모님 발에 이마의 정수리를 대고 있다. 고모님은 양손을 뻗어 시토울라의 머리에 대고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이 자세는 상대방을 최고로 존경하는 네팔의 전통 인사법이다. 최오균

시토울라의 자세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자신을 최고로 낮춘 하심(下心), 그 자체다! 그리고 고모님의 모습은 모든 것을 받아주고 무한대의 사랑과 자비를 베풀겠다는 인자한 모습, 그 자체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그 동작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종교가 따로없다. 상대방을 최고로 존경하고 사랑을 베푸는 이 한 동작이 종교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거룩한 의식이 이 한 동작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발을 높이 받들어 올리고, 이마의 정수리를 발끝에 대는 것은 나를 최대한 낮추고 상대방을 최고로 존경한다는 겸손함이 담겨 있다.


불교 의식에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이라는 삼귀의 의식이 있다. 이는 부처님의 발을 높이 받들어 올려 자신을 낮추고, 복덕과 지혜가 구족하신 존귀한 부처님께로 돌아가 의지하겠다는 의미 담겨 있다. 상대방의 두 발을 받들어서라도 나를 비우고 깨달음을 얻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아상(我相)을 버리지 못하면 결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고모님은 시토울라를 무한대로 끌어안아주고, 지극히 사랑스런 마음으로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상대방이 내 발을 높이 받들었을 때 과연 나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나의 두발을 상대에게 맡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명절이면 고향에 내려가 어르신들께 엎디어 절을 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아랫사람이 이마를 웃어르신의 발에 대고, 어르신은 양손을 아랫사람의 머리에 대고 축복을 내려주는 저 모습이 훨씬 경건하게 보인다. 서로 신체의 접촉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통하는 모습이랄까?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두 사람은 낮은 음성으로 나마스테를 속삭이며 교감을 하고 있다. 시토울라의 마음속에 있는 신과 고모님의 신이 서로 교차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시토울라의 고모님께 네팔식으로 인사를 했다.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지만 마음만은 경건해지고 거룩해진다. 그런데 고모님은 나의 머리에 축복을 내려주시는 대신 합장을 하고 두 손을 이마에 대며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한다. 이 자세는 같은 동격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자세라고 한시토울라가 귀띔을 해준다.

'나마스테(Namaste)' 산스크리트어로 인도와 네팔에서 인사를 할 때 합장을 하고 서로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나마'는 '나는 고개를 숙이다'란 뜻이고, '스'는 '~에게', '테'는 '당신'을 뜻한다고 한다. 그대로 직역을 하면 '나는 당신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뜻이다. 우리말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인사말의 모든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세상에 태어남과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속에 있는 신에게 경배를 드립니다'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시토울라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모님을 최고로 존경하는 자세와, 무한대의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주는 고모님의 인자한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덩달아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나마스테!
덧붙이는 글 이 여행기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네팔 동부 칸첸중가 인근에 위치한 오지학교에 낡은 칠판을 교체해주고 컴퓨터를 후원하기 위해 방문한 봉사여행기입니다.
#나마스테 #상대방을 최고로 존경하는 네팔의 인사법 #한국자비공덕회 #네팔 어린이 장학금 후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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