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박은경
박은경
- 마술을 하는 데 있어 박은경씨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친언니랑 연극, 뮤지컬,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그런 시간이 있다 보니까 관객 분들께 감정을 전달할 때 표현력이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 가장 큰 강점이지 않나 싶어요."
- 외국과 달리 한국 관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마술의 비밀을 밝히려 한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어떤가요?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건 중국이에요. 너무 궁금하시니까 2층 좌석에 앉아야 하는데 테라스에 매달려서 보시는 분도 계세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4, 5살 때 선물로 대부분 마술 키트를 받아요. 그 정도 나이는 기본적으로 마술에 대한 원리나 트릭을 다 알고 있어요. 예술로서 인정해주는 부분이 있어요."
- 마술사의 무대 위와 무대 밖의 삶은 얼마나 다른가요?"제가 지금 3주 동안 해외에 있다가 귀국했거든요. 계속 닫힌 공간 안에서 마술만 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꼭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된 기분이에요. 마치 다른 공간 갔다가 온 것 같은? 무대와 현실이 많이 괴리돼서 그런 것 같아요."
-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처음엔 많이 반대하셨어요. 마술이 미래도 불투명하고 고정된 페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또 막둥이에요. 제 위로 저보다 12살 많은 오빠, 10살 많은 언니가 있어요. 마술을 시작하고 대학로 극장에서 쭉 공연을 했었는데 목표 없이 마술을 하다 보면 지치지 않을까 해서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언니가 2년의 시간을 줄 테니까 네가 어떻게 해서든 성공하라고 했거든요. 첫 번째 대회에서 수상을 못 하고 그다음 해에 수상을 했어요. 수상하고 나서 언니한테 물어봤어요. 처음 대회에서 수상 못했을 때 왜 그만 두라고 안 했냐고…. 언니가 네가 수상은 못했지만 네 가능성을 봤다고 말하더라고요. 지금도 그 말이 가슴에 남아서 힘들 때마다 늘 위로가 돼요."
- 일상에서의 직업병 같은 건 없으세요? "보통 사람들은 조형물 같은 거 보면 예쁘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게 어떻게 설치됐는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다 봐요. 궁금하면 사서 분해해요. 얼마 전엔 3D 프린터가 신기해서 샀어요.(웃음)"
- 한국의 마술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세계마술올림픽에는 대다수 한국 마술사가 수상해요. 양궁이나 쇼트트랙처럼 1, 2, 3등을 다할 정도로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해외에서 한국 마술이라 하면 손가락을 치켜 올리세요. 다만 아쉬운 건 우리 한국인의 특징은 잠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기술로는 세계 최고지만 창의성이 좀 부족해요. 해외는 기본적으로 마임, 피아노, 기술을 배우고 나면 자기 색깔을 입힐 줄 알거든요. 우리나라는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8월에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서 공연하신다고 들었어요."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축제이기 때문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거든요. 전 세계에서 4000여 개 팀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5개 팀만 참여해요. 저희도 거기서 공연을 하거든요. 탑 5에 드는 게 목표예요.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한테 주는 상이 있으니 꼭 수상해야죠.(웃음)"
-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일반인들이 마술사 했을 때 많이 떠올리는 분은 데이비드 카퍼필드…. 아직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고 계세요. 한참 활동할 땐 세계 100대 부자 안에 들었고, 본인 이름으로 된 섬도 사셨죠. 라스베이거스는 제가 처음 마술할 때만 해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직도 많은 마술공연을 하루 2회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관객도 꽉 차는데 그곳에 우리나라 마술사는 아직 없어요. 너무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그곳에 들어가는 게 제 목표예요."
글 남유진 · 사진 남유진,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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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여 팀 참가, 탑5에 드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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