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던 사람들, 즉 지금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즈음 되는 사람들이라면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산더미만큼 가지고 있을 것이다.
Flickr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던 사람들, 즉 지금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즈음 되는 사람들이라면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산더미만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첫 포켓몬 게임인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은 1996년에 일본에서 처음 발매되었다고 하지만 한국어로는 플레이해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휴대용 게임기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별로 없었고 포켓몬스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아이들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상황은 급변했다.
필자는 아직도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1화의 감동을 기억한다. 주인공 지우가 피카츄와 만나는 내용이었는데 어찌 그리 재미있던지.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 아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대단했다.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로 시작되는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는 필자 또래라면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포켓몬스터는 꿈과 희망이었고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포켓몬 마스터였다. 포켓몬스터가 방영하는 날은 거리에 공놀이하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집에서 포켓몬스터를 보고 있으니 아이가 있을 리가.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포켓몬 빵도 출시되었다. 당시 빵 속에는 '띠부띠부씰'이라고 하는 포켓몬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151마리의 포켓몬을 모두 모으는 것이 아이들의 소원이었다. 책받침이나 공책 뒷면, 필통 뚜껑에 띠부띠부씰을 모으고 친구들과 교환하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스티커가 목적이고 빵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빵을 잔뜩 사서 스티커만 모으고 빵을 버리는 아이나 슈퍼에서 빵을 몰래 뜯어 스티커만 가져가다 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필자도 파란색 책받침에 띠부띠부씰을 모았다. 희귀한 포켓몬 한두 마리만 모으면 151마리를 다 모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머리가 커가며 수집에 흥미를 잃자, 그 책받침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지금에 와서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시작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포켓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포켓몬스터 금·은>, 혹은 골드·실버 버전이라고 부르는 작품이었다. 포켓몬스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는 게임보이라고 불렸는데 당시에는 꽤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소위 '노가다'로 불리며 기피할 레벨업을 위한 반복행위도 그 당시에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아마 포켓몬 게임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던 듯하다.
중학교까지도 포켓몬 게임을 즐기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친구들은 많았고 <포켓몬스터 스페셜>이라는 만화책까지 나와서 포켓몬의 인기는 꾸준히 유지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나이를 먹어가며 다른 취미를 찾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포켓몬의 인기는 점점 식어갔다.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 사이에서 구식 게임보이의 그래픽은 경쟁이 되지 않았다.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는 아이들도 점점 사라졌다. 친구들은 만화를 보지 않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동네 슈퍼의 포켓몬 빵이 있던 자리에는 케로로 빵이 놓여있었다.
속초에 가는 게 아니라 '속초마을'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