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인 지난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황급히 군청을 빠져나가려하자 군민들이 저지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희훈
총리가 봉변을 당하자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영민하게도 '폭력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한다. 전가의 보도인 '폭력 프레임'을 꺼내든 것은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들은 '전문시위꾼'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 폭력시위를 주도했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 결과 사드 반대 시위는 순식간에 '전문시위꾼'이 주동한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개돼지'와 '전문시위꾼'. 얼핏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 둘은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이 둘은 모두 객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논란이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민중은 '개돼지'개 됐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은 '전문시위꾼'으로 낙인찍혔다. 개인의 주권과 인격이 타자에 의해 왜곡되고 침해 받았다는 점에서 이 둘은 서로 닮아 있다.
민중이 '개·돼지'라는 섬뜩한 비유의 저변에는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폭력 시위로 모는 기저에는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주체적 자아를 지닌 국민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은 역시 하나다.
국민을 둘로 나누는 편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똑같다. 국민은 졸지에 '1%대 99%'로 나뉘어졌고,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애국시민'과 그 반대편에 있는 '종북세력'으로 갈라졌다. 모든 국민은 사회적 신분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은 무의미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