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0' 시험발사 사진 공개북한은 지난달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하며 무기 개발 수준을 과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지상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 수십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의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면, 현재의 꼬일 대로 꼬인 사드정국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나는 그 해법, 즉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첫 걸음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을 이스라엘과 같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더 이상 '악의 정권'으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지름길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시대착오적 3대 세습정권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그들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역으로 내부결속에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략적 상황'에서는 패러독스적 논리가 작용함을 명심해야 한다. 전략적 상황이란, 국가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취하는 행동이 반드시 애초에 '의도한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결과는 상대국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 측이 순전히 방어적 목적으로 군비를 증강해도 그것이 상대방의 대응적 군비증강을 초래한다면 애초의 노력은 '군비경쟁의 악순환'으로 인해 헛수고가 되고 마는 이미 언급한 '안보딜레마'가 그 대표적 예인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사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상식이다.
흔히 사용되는 경구 중, 예를 들면, '스스로를 높이려는 자는 낮아지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고,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산다(必生卽死, 必死卽生)', '배수진(背水陣)',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악에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한 알의 밀알이 죽어 썩어야 새 생명을 얻는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등이 그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을 따르면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지만, 악을 선으로 대해 기존 상호관계의 패턴이 바뀌면 '윈-윈'상황으로 변화될 수 있다. 씨앗이 죽어야 싹이 나듯이, 근본적 변화는 미래를 멀리 내다보며 양보, 희생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가능해진다. 겉으로는 지는 것 같은 행동이 결국은 함께 승리하는 길을 연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는 한반도 비핵화의 첫걸음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다시 한 번 강조컨대, 국가 간의 전략적 관계에서는 패러독스(일견 모순적) 논리가 흔히 적용된다.
여기에서는, 대략적인 그림만 간단히 그려 보겠다. 일단, (1)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안보불안에서 먼저 벗어나게 해주고, 그런 연후에 (2) 핵 문제의 폐기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혹은 (2) 차후에 핵문제의 폐기 문제를 '반드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일단은 우리 측(미국, 한국)에서 (1)먼저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안보불안에서 먼저 벗어나게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그토록 끊임없이 원하고 주장해온 '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점차적인 핵무기 폐기에 관한 협정'을 맺거나, 이미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 국가라는 엄연한 사실을 전제로 새로운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내 생각의 핵심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처럼 남한이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를 적으로 돌려서 '끊임없는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 보다는 훨씬 현명한 정책이라고 나는 본다.
국가의 모든 정책은 객관적인 현실에 근거를 둬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길 원하는 나라는 동북아지역에서 오직 북한뿐이었다. 그래서, 모든 국가들이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어서는 안된다" "되었어도 인정할 수 없다"식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주변국들의 바람과는 달리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어쨌든 현재 북한이 이미 핵국가가 되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따라서, 이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고 시작하는 모든 정책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다분히 파격적인 생각이어서 매우 조심스럽지만, 현재와 같이 남북한 관계(더 나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관계)가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아 전쟁, 그것도 핵전쟁의 위협으로까지 고조되는 것보다는, 북핵인정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그리고 '일시적'인 북핵인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반도 핵 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분명 스스로 안보가 확보되었다고 느낄 때만 비로소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런 장기적 전망을 염두에 두면서, 나는 북핵 인정이 가까운 장래의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북한의 최근 행태를 마음 깊이 용인하거나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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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국제정치 전공), 건국대학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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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정국의 해법,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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