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마을 정경송정고택 뒤, 언덕에 올라 내려다본 덕천마을 정경. 이 언덕은 독립운동가 철기 이범석장군이 명상을 한 자리로 유명하다.
김정봉
굴뚝은 독특한 우리문화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굴뚝은 오래된 마을의 가치와 문화, 집주인의 철학, 성품 그리고 그들 간의 상호 관계 속에 전화(轉化)되어 모양과 표정이 달라진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오래된 마을 옛집굴뚝을 찾아 모양과 표정에 함축되어 있는 철학과 이야기를 담아 연재하고자 한다. - 기자 말마음이 맑은 사람, 이오덕 선생과 곱게 늙은 옛집, 성천댁을 보고난 뒤라 기분이 좋다. 좋은 기분에 찾아간 마을은 덕천마을. 청송 파천면 덕천리에 있다. 청송심씨 집성촌이다. 600여 년 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송심씨 경파(京派)와 향파(鄕派) 이야기청송심씨 시조는 심홍부로 심연, 심룡으로 대가 이어지다 4세손, 심덕부(1328-1401)와 심원부(1330-?)에 이르러 두 파로 나뉜다. 심덕부 후손은 경파, 심원부 후손은 향파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심덕부는 조선건국에 가담하여 아들 심온과 손자 심회까지 3대 내리 정승에 올랐다. 심온의 딸이 세종의 정비, 소헌왕후고 심덕부 여섯째아들 심종은 태조의 부마다. 왕실과 혼맥을 맺어 청송심씨는 명문가 반열에 올랐다. 대대로 서울에 살아 경파로 불린다.
반면 심덕부 동생, 심원부는 조선개국에 반대하고 두문동에 은거하였다. 심원부는 세 아들에게 '나라가 망하고 임금을 잃었으니 조상이 묻혀있는 고향으로 내려가 시조선산을 지키며 살라'는 유훈을 남겼다. 선훈불사(先訓不仕), 선조의 유훈에 따라 대대로 벼슬을 멀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