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가 확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계란과 물병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황 총리는 이날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드의 당위와 안전성 등을 설명하려 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격분했고 설명회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하루 아침에 사드 배치라는 날벼락을 맞은 성주 지역주민들의 분노는 황 총리에게 고스란히 표출됐다. 황 총리는 이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야만 했고,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격렬한 항의를 6시간이나 받고서야 간신히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각 사드 배치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갈등을 무의미한 논쟁이자 정쟁이라 일축했던 박 대통령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 중에 있었다. 민심의 역풍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른 황 총리와 그로부터 유유히 벗어나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남북관계 더욱 어렵게 만든 박근혜 정부황 총리가 수난을 받은 다음날인 16일 박 대통령은 ASEM 회의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비전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유라시아 대륙의 온전한 꿈을 성취하는 데 있어 여전히 빠진 고리(missing link)가 있다. 바로 이곳 몽골에서도 멀지 않은 북한"이라며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 자유와 평화, 번영이 국제사회 전체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인권문제와 핵 개발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의 통일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며 궁극적으로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표리부동과 이율배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듣자마자 떠오른 사자성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였다. 남북한의 교류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통일에 한 걸음씩 접근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남북한의 신뢰 형성을 통한 남북관계의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이라는 비전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녹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