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를 성적판타지로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성인 잡지 <맥심>의 2015년 9월호 표지 사진.
맥심
이번 논란에 대해 <맥심> 측은 아무런 피드백 없이 이 일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분위기로 보인다. 만약 관련된 입장을 밝히더라도, 그 글은 분명히 '의도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주축을 이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최근 서울 상위권 대학의 커뮤니티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희롱이 있었다는 사실이 연달아 밝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민들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사건은 '서울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일 것이다. 최근 이 사건의 가해 학생들은 언론을 통해 "피해 학생이 미웠던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었을 뿐", "장난이 지나쳤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행동을 '정도가 심했던 장난'으로 보고 있을 뿐, 그것이 정도를 떠나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Disability, Hate Crime and Violence>(2013) 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PPSS,
당신이 말하는 그것이 제가 말한 바로 그것입니다 참고)
"혐오범죄에 대한 학문적 기여들은 혐오범죄라는 개념에, 그것이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띠어왔다. 이러한 정의들을 살펴보면 혐오범죄들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혐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 대해 상당한 합의가 존재한다."한마디로, 최근 끊임없이 일어나는 SNS 성희롱 사건들 대부분이, 그들이 여성을 싫어하거나 무시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집단의 무의식 속에서 의식하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억울하다. 이번 논란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다른 성을 대하는 데에 있어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지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를 질러봤자, 그의 입장에서는 나만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때리는 사람은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성별 간 갈등의 원인이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타인의 외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나 비교, 언행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이는 이번 논란이 이 우리 스스로의 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무의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동시에 불을 끄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 불씨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할 맥심의 피드백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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