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편지를 읽고 있는 윤종선씨.
안민지
높은 곳에 올라가 수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공포감!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지? 아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갑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죽음을 생각하며 실외기를 고칩니다. 누가 떨어져서 죽고 싶겠습니까? 우리는 안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전고리를 걸 수조차 없고 스카이차를 부를 수 없는 곳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람이 타면 안 되는 사다리차를 타는 것조차 사치였습니다. 스카이차를 부르기 위해서는 고객의 클레임과 사측의 실적 압박을 견뎌야 합니다. 또 건당 수수료 체계 때문에 몇 시간동안 돈을 벌지 못합니다.
수리기사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하지만 삼성은 모든 책임은 수리기사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삼성의 옷을 입고 삼성에서 지급한 장비를 들고 삼성 제품만 고쳤는데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합니다. 위험한 작업은 떠넘기고 안전에 관해선 "우리는 돈만 주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삼성은 목숨값이라며 위험수당 5000원을 쥐어줬습니다. 한 센터 사장은 "떨어질 때 잘 떨어져라, 내장이라도 터지면 폐기물 처리비용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건당 수수료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저도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쉬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 건이라도 더 해야 우리 막내딸이 좋아하는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사줄 수 있고, 한 건이라도 더 해야 큰 아이 학원을 보낼 수 있습니다. 비수기 때 생활고로 받은 대출금 이자도 갚을 수 있습니다.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참으로 오랜 세월을 참고 견뎌왔습니다. 고인의 자녀가 장례식장에 적어 놓은 포스트잇에 눈물이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