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객사. 다대포첨사가 주둔하는 영(營)의 객사로, 사신들이 머물기도 한 집이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 때는 수령이 임금 계시는 대궐을 향해 절을 올리는 망배(望拜) 행사를 이곳에서 올렸다.
정만진
다대포 바닷가의 몰운대(沒雲臺)로 들어간다. 몰운대는 바다에 붙은 얕은 야산 형상을 하고 있다. 안개와 구름(雲)이 짙은 날이면 보이지 않는(沒) 섬이라고 해서 몰운도라는 이름을 얻은 곳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뭍과 이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흔히 몰운대라 부른다. 물론 몰운대라는 이름의 정자도 남아 있다.
몰운대 끝자락에 정운공순의비가 있다. 지금 이 비를 찾아가는 길이다. 본래 섬이었던 곳답게 몰운대 산책길은 바다 냄새가 물씬하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이지만 오르막 내내 오른쪽으로 바다의 풍광이 눈부시게 이어진다. 놀이 질 무렵이면 특히 아름다운 일몰 경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하지만 일몰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몰운대 입구와 정운공순의비 중간쯤에서 만난 입간판 탓이다. 본래 다대포첨사의 진영인 다대포첨사영(營) 내에 있다가 1970년 이곳으로 이건된 다대포객사 건물 바로앞 삼거리에서 만난 입간판. '경고문'이라는 제목을 단 입간판은 '1. 이 지역은 군사 작전 지역입니다. 2. 군 경계 작전을 위해 등산객, 낚시꾼은 다음 통제 시간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절기 : 20:00-05:00 (4월 1일-9월 30일) 동절기 : 18:00-06:00 (10월 1일-3월 31일) 3. 정운공 순의비 참배시 군사 시설 일체 사진 촬영 및 화상 통화를 하실 수 없습니다.'하고 안내하고 있었다.
일몰 이전까지는 정운공순의비를 참배할 수 있는 듯한데...밤 8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과, 정운공순의비 주변에서는 함부로 사진을 촬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는, 몰운대 입구에서 다대포객사 주변까지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밤 8시 이전까지는 군사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이 오후 5시이니 정운공순의비를 참배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황혼이 깃드는 사진을 얻으려는 욕심은 버려야겠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정운공순의비 쪽으로 가는 길이다. 곧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을 한 채 철조망 대문에 걸려 있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아래에는 '연락처 : 상황실 051)261-6702 주민신고 1661-1133'라는 전화번호가 친절하게 밝혀져 있다. 굳게 잠겨 있는 철조망 대문 오른쪽에는 인터폰도 설치되어 있다.
"사하구청에 신고하여 사전 출입 허가를 받지 않으신 분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안내판의 내용과는 달리, 통제 시간과는 무관하게, 정운공순의비를 참배하려면 사전에 사하구청의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병사의 답변이다. 아무 때나 불쑥 찾아와서는 정운공순의비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하구청 누리집에서도 그런 안내문을 본 적이 없는데, 어쨌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