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을 투자로 볼 경우' 권리금 결정 요인은 박준모가 2014년 12월 한국주거환경학회에 발표한 <상가권리금의 결정요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 32쪽을 재구성해 시각화했다.
하지율
권리금은 우장창창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556만 명. 가족까지 고려하면 인구 1~2천 만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다(대개는 퇴직금일 것이다). 현행 상가법은 권리금 결정 요소에서 자영업자의 노동(노력)을 고려하지 않는다(영업상의 노하우는 노동을 실현하는 전략이지 노동 자체는 아니다). 이런 경향은 심지어 학계도 마찬가지다.
2014년 12월 한국주거환경학회에 발표된 <상가권리금 결정요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2012년 7월 10일부터 8월 5일까지 서울 6층 이하 상가점포 운영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62건을 갖고 권리금 결정 요소에 대한 회귀분석을 했다. 상인들이 권리금을 주고받을 때 입지요소(지가수준·계약면적·주차공간·지하철역과의 거리·버스정류장과의 거리), 시설요소(영업시설·인테리어·비품), 영업요소(신용도·노하우·거래처) 등을 고려해 기대수익을 예상하고 이를 통해 권리금을 결정한다는 거다.
핵심만 요약하면 결과는 위 그림과 같다(권리금을 '투자'로 접근할 경우). 화살표 위의 숫자들은 '표준화 계수'다. 저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영향력이 높다. 보다시피 입지 요소 특히 계약면적이 기대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 같은 입지 요소 중 지가 수준(0.246) 역시 영업 요소나 시설 요소보다 영향력이 높았다. 이렇게 '노동'을 고려하지 않는 법이나 연구만 보면 권리금은 주로 입지를 고려한 투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세입자는 일종의 위험 부담을 감수할 것을 전제로 수익 창출을 노리는 투자자가 되고, 건물주의 퇴거 요구는 투자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일 뿐이며 그 책임은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세입자가져야 한다는 식이다. 통념과 일치하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형식 논리와 시간의 논리가 충돌하면 후자가 우선한다. '권리금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되는가'가 아니라 '권리금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되어야 하는가'가 우선하다.
현재 통념은 일종의 '사실 외면의 오류'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외면의 오류란 어떤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는 오류를 말한다. 즉 통념은 상인들의 '노동'을 무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노동을 투하해 공간, 지역의 가치를 만든다. 삼청동,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등. 물론 지자체의 홍보나 입지 그리고 시설도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노동은 다른 생산 요소들과는 다른 근본적인 성격 하나가 더 있다. 인간의 노동은 원시적 수준에서도 독자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능동적 요소지만 아무리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일지라도 독자적으로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 하는 수동적 요소에 불과하다. 노동은 '가장 결정적인' 생산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측정 모델은 노동을 권리금 결정 요소에 온당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의 이러한 성격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회라면 설문조사에 노동을 결정 요소로 반영해도 결과 값이 제대로 나오기 힘들다.
여기서 건물주에 의한 착취와 파괴가 일어난다. 상가법 개정 전에는 합법적 권리금 도둑질을, 상가법 개정 후에는 장사가 좀 잘 될 것 같으면 월세를 시세보다 비싸게 올린다. 월세를 지불하지 못 하면 임차인은 나가야 하는데 월세가 비싸니 후임 임차인을 구할 수 없어 권리금도 잃는다(☞
관련기사). 여기에 저항하면 건물주가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철거 중 물리적 파괴 행위가 동반돼 상인들이 형성해놓은 공간, 지역의 가치도 함께 파괴된다.
물론 리쌍은 좀 독특한 케이스다. 평균적 건물보다도 낫기 때문이다. 분쟁 1라운드 때는 권리금 100%를 보상하지는 않았지만 65%를 보상하고 우장창창이 나간 자리에 동종 업종인 곱창집이 아닌 술집을 개업했다. 그러나 우장창창이 35%의 가치를 모순적인 법에 근거한 리쌍의 퇴거 요구에 의해 부당하게 잃은 것도 사실이다. 곱창집이 아닌 술집을 개업한 건 리쌍이 '당시 주어진 조건'을 인수한 뒤 내린 '뒤따르는' 개인적 선택일 뿐이다
'당시 주어진 조건'을 만들어 놓은 건 우장창창이다. 곱창집을 리쌍이 아닌 후임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 넘겼다고 하더라도 후임 임차인이 곱창집을 계속 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다. 이후의 선택은 후임 임차인의 경영 상의 선택일 뿐이다. '당시 주어진 조건'을 리쌍이 모순적인 법에 근거해 합당한 가치의 65%만 주고 차지했다면 법적으로는 옳지만 도덕적으로도 옳다고 보기는 힘들다(사회적 수준에 비해 훌륭하더라도).
분쟁 2라운드인 지금 리쌍은 월세를 올리는 것보다는 우장창창을 퇴거시키길 원한다. 그러나 '강제집행'은 주차장 용도 변경에 의한 쌍방과실이나 계약 갱신에서 우장창창의 실수와는 별개의 문제다. 강제집행은 건물주인 리쌍이 신청하고 물리적 파괴 행위가 동반된다. 우장창창이 이미 형성해놓은 공간, 지역의 가치가 파괴된다.
아무리 건물주라 할지라도 건물과 별개로 남이 노동을 투하해 형성한 무형적 가치를 함부로 파괴할 권리는 없다. 우장창창으로서는 이미 수차례 개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모순이 있고 바꾼다고 보상을 받을지도 불투명한 법에 따지기보다(평소에 모순된 법을 바로잡을 의무는 시민들도 있다. 맘상모는 시민단체로서 계속 법을 바로잡으려 해왔다), 지금 당장 물리적 파괴 행위를 행사한 리쌍에게 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편 현재의 통념처럼 권리금 결정 요소에 입지요소 같은 것들이 반영되면 권리금은 일부 투자 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식이라면 권리금은 후임 임차인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인다. 따라서 권리금의 패러다임을 '투자'에서 '기여'로 전환할 시점이 됐다. 가령 다른 변수들의 기여분을 제외할 때 상인들의 노동이 실제로 얼마 만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기여했는지를 측정하는 모델을 개발해 이를 근거로 권리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으면 생산성이 0으로 떨어져 권리금도 0원으로 떨어지며 전임 임차인이 한 푼도 못 건지고 나가는 책임을 지겠지만, 손님이 -100명 오는 건 불가능하므로 후임 임차인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점포를 넘기는 일도 불가능하다. 상인들이 열심히 노동해 손님이 많이 온다면 생산성이 증가해 권리금도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사실 외면의 오류를 범하며 이론에 현실을 끼워 맞출 게 아니라 현실에서 출발해 이론을 보완해야 한다. 공간과 지역의 가치를 고양시키는데 상인들의 노동이 투하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투자 요소까지 일부 포함한 권리금 시장이 형성된 건 '주어진 현실'이다. 건물을 소유하든 장사를 하든 이 시장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건 세입자든 건물주든 똑같다. 즉 이것은 '강제된 상황'이다. 모두가 손실을 최소화하며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임차인이 장사를 되도록 오래 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해주고 그 기간만큼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명도 요구시 지불할 권리금도 줄어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에 대한 시장 통제가 필요하고, 반대로 권리금 역시 양성화시켜 조세를 부과하고 점진적인 시장 통제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선을 회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사회적 윈윈'이 아닐까 싶다. 이 과정에서 강제집행 같은 물리적 파괴는 없어야 할 것이다. 기자도 리쌍을 나쁜 사람으로 보고 싶지 않다. 그는 이미 한국의 평균적 건물주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다. 반대로 서씨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기여분에 대한 정당한 인정투쟁을 할 뿐이다. 서로 미워하지말고 부디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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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창창의 권리금은 정말 리쌍과 상관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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