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민 다 죽는다 생존권 보장하라"성주군민들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옆 국방컨벤션를 항의 방문해 사드 성주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국방부가 사드 성주 지역 배치를 최종 발표한 뒤 성주군민들에게 무슨 설명회를 개최하냐"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군민들에게 직접 찾아와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유성호
"물론 전자파가 있어도 참외는 잘 되겠지. 근데 사람이 안 들어올낀데 농사는 누가 짓노?"
지난 13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국방부에 들이닥친 경북 성주군 주민들이 분노하는 배경엔 불신과 불안이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 주한미군에 대한 불신, 내 고향 성주의 앞날에 대한 불안이었다.
먼저, '사드 레이더로부터 100m 밖은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한 의구심은 공통적이었다. 농사를 짓는 A씨는 "전자파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본에 사드 기지 근처 사람들이 속이 메스껍고 잠이 잘 안온다고 하는데 그게 사드 때문인지 아닌지도 아직 안 밝혀진 게 아니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우리가 마루타냐"고 말했다.
"아무리 안전하다 안전하다 해도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겠어요? 우리 같이 좀 있다가 죽을 사람들은 딴 데로 갈 수도 없고 그냥 살지 몰라도, 애 낳고 키워야 되는 젊은 사람들이 레이더 밑의 동네에 들어오겠어요?"마찬가지로 농사를 짓는 B씨는 이렇게 성토했다.
"젊은 사람들 많이 들어와서 살라고 아파트 하고 원룸하고 많이 지어놨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지금 들어오고 있는 중이란 말입니다. 근데 정부가 이래 하면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기자님 같으면 성주 들어와서 살겠습니까. 거기는 언젠가는 그냥 빈터가 되는 거라고 나는 봅니다."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느그(너희)들은 참외 안 먹을꺼가!"라고 외치는 성주군 주민들의 외침은 레이더 전자파 때문에 참외 농사를 망친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사드 기지 주변이 '기피지역'이 돼 새로운 인구의 유입이 줄면 전국 출하량의 70%를 차지하는 성주 참외가 결국은 쇠락의 길로 가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었다.
"이건 정부의 갑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