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반대 혈서 쓴 김항곤 성주군수사드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확정을 앞두고 김항곤 성주군수가 혈서를 들고 있다. 이 혈서는 지난 13일 오전 경북 성주 성밖숲공원에서 군민 3천여 명이 참석해 열린 사드성주배치반대 범국민궐기 대회에서 쓴 것이다.
이희훈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듯이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의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전반에 엄청난 한파를 몰고 오고 있다. 기어코 배치가 강행된다면 사안의 성격상 이 한파는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핵겨울'(핵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그을음과 먼지 등이 대기권에 두꺼운 구름층을 형성해 지구가 몇 달 동안 암흑으로 변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현상)이라는 표현에 빗댄다면, '사드 겨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또한 마땅히 주목받고 해결을 모색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사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특히 부지로 거론되었거나 결정된 지역 주민들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오존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사드 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묶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드는 주민들의 건강과 생존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미 '발표'만으로도 많은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을 상대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은 억제 가능하지만 사드가 초래하는 유무형의 위협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 정부는 사드가 없으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묻는다. 미국은 최대 4만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었던 소련을 미사일방어체제(MD)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억제했는가? 아니, 사드와 같은 MD가 그토록 중요했다면, 미국은 왜 소련과 1972년에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체결해 이렇게 좋은 무기의 개발·배치를 포기했는가? 그리고 그 이후 30년 동안 미국 정부는 "ABM 조약이 국제 평화와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고 말해왔던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ABM 조약 탈퇴를 선언했을 때, 미국 민주당은 왜 이를 비판했는가?
미국은 내년 말까지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를 완료해 작전 태세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1년 여의 시간이 남아 있다. 미국 정부의 논리를 뒤집어보면, 사드가 없는 이 시기야말로 북한엔 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 내 사드 배치는 한국 국민들의 생존권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에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프라하에서 멋진 연설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고 해서,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다고 해서 핵무기 없는 세계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미국부터 핵무기에 의존해온 정책을 하나둘씩 줄여 나가고 다른 나라도 이에 동참할 수 있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야 비로소 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언행불일치'는 실망 그 자체이다.(이에 대해서는 일전에 보낸
'오바마 대통령께 보내는 공개 편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미국 정부는 기어코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았는가?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전략적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기어코 사드를 배치한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