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식물도감은 더 멋들어진 사진이 아니라, 이름을 또렷하게 알아내기 쉽도록 이끄는 사진이나 그림을 제대로 담아야 한다는 대목을 <화살표 식물 도감>을 보면서 새삼스레 느낀다.
자연과생태
어느 모로 본다면 화살표로 한 번 콕 짚을 적에는 "자, 여기를 보세요!" 하고 알려주는 셈입니다. "여기를 보면 더 알기에 쉬워요!" 하고 찬찬히 이끄는 셈입니다.
제가 시골집에서 아이들한테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떤 이름인가를 알려줄 적을 떠올려 봅니다. 그냥 말로만 알려주면 아이들은 이내 이름을 잊습니다. 손가락으로 콕 짚어서 "여기를 보렴. 이 모습이 바로 이 나무(풀)를 알려주는 실마리야"라든지 "자, 여기를 봐. 이 풀은 줄기에 가시가 있지?" 하면서 알려줄 적에는 아이들이 이름을 좀처럼 잊지 않습니다.
그냥 한 번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을 뿐인데, 바로 이 작은 '손가락 가리킴'이 또렷하게 눈과 머리에 이름을 새겨 주는 구실을 하는구나 싶어요. 곤충이나 식물을 다루는 도감에서도 화살표는 이 같은 노릇을 합니다. 언뜻 보면 그저 화살표 하나를 더 얹을 뿐이지만, 막상 들이나 숲에서 나무하고 풀하고 꽃을 살필 적에는, 바로 이처럼 '가볍게 얹은 화살표'가 뜻밖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