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벨로 마켓으로 가는 길. 아기자기한 멋이 살아 있는 동네라 마켓으로 가는 길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김현지
늦은 아침을 먹고 아이와 함께 포토벨로 마켓으로 향했다. 마켓은 노팅힐 게이트 역(Notthing HillGate)에서 하차하면 되는데 나가는 출구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토요일 오전에 이곳에 오는 70~80% 사람들은 모두 포토벨로 마켓으로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려 군중 속에 파묻혀 그들과 함께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거대한 무리가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개미 무리가 큰 먹잇감을 집으로 옮기기 위해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켓으로 가는 길은 꽤 즐거웠다. 일단 그날 날씨가 참 좋았고 공기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마켓으로 향하는 골목에는 파스텔톤의 나지막한 조지안, 빅토리안 양식의 주택들도 눈에 띄었다. 집의 창문이나 벽에 꽃으로 장식해 놓은 집들은 어김없이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었다.
관광객으로 포토벨로 마켓으로 가는 길은 즐겁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검색창에 포토벨로 마켓을 검색했을 때 언제나 등장하는 나의 집, 익명의 여행자의 카메라나 앨범 속에 자신의 집이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내 프라이버시가 보장받지 못하는 동네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전철역에서 내려 주변의 경치와 예쁜 집들, 상점을 따라 약 10분을 걸어 내려가면 포토벨로 로드(Portobello Road)가 나타난다. 본격적인 포토벨로 마켓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아마 12시 전후였을 것이다. 어찌 보면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였는지도 모른다. 부디 그랬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