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1월 13일 특임검사팀에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 김광준 전 부장검사.
조재현
2억 7000만 원 건넨 강태용의 '최초 진술'이 나오다 그런데 김 전 부장검사에게 총 2억 7000만 원을 건넸다는 강태용씨는 검찰에서 조사받거나 재판에 출석한 적이 없다.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2008년 11월 강씨가 중국으로 도피해 버렸기 때문이다.
강씨는 5조 원 대 다단계 사기사건의 주범인 조희팔씨의 최측근이고 김 전 부장검사의 중·고교 동창이다. 검찰과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강씨는 다단계 업체의 조직관리와 배당금 지급, 사기 혐의로 수사받을 경우 수사와 재판 관련 업무 등을 맡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08년 11월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 2015년 10월 중국 장쑤성 우시시의 한 아파트 앞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됐고, 두 달 뒤인 12월 국내로 송환됐다.
강씨의 국내 송환은 조희팔씨의 사망 여부와 은닉 재산, 검찰·경찰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풀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로 인해 강씨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총 2억 7000만 원을 건넸다는 혐의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강씨는 중국으로 도피하기 전인 지난 2008년 5월(2억 원)과 7월(5000만 원), 10월(2000만 원)에 총 2억 7000만 원을 김 전 부장검사에게 건넸다. 김 전 부장검사는 2억 7000만 원을 '친분 관계에 의한 차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1심과 2심, 대법원은 '알선수재 뇌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당시 2억 7000만 원을 건넨 강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강씨의 피의자 신문조서(1월 2일)과 친필 진술서(4월 22일), 김 전 부장검사에게 보낸 편지(4월 16일)를 입수했다. 여기에서 강씨는 "친구를 통해 김광준이 돈 문제로 여자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돈을 건넸고, 중국에 도피하고 있을 때인 2009년 12월께 그 친구를 통해 김광준에게 1억 5000만 원을 돌려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2억 7000만 원을 건넨 강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진술이다. 이를 근거로 김 전 부장검사는 조만간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