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가수 문지훈씨.
김영숙
이번 공연 제목은 '파리넬리에게 가요를 듣는다'이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팝페라는 오페라와 팝이 섞인 크로스오버음악(어떤 장르에 이질적인 다른 장르의 요소를 합해 만든 음악)이잖아요. 가요를 성악가가 부르면 기존 가요와 달라요. 그런데 저는 '가요는 가요답게, 성악은 성악답게, 팝은 팝답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보여주고 싶어요." 문씨는 카운터테너다. 카운터테너란 가성(假聲)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를 말하는데 여자 음역인 알토나 메조소프라노 음역을 노래할 수 있다. 여성 음역대인 소프라노를 부를 수 있는 카운터테너는 세계에 많지 않다. 그중 한 명이 문씨다.
"전 세계적으로 20여 명밖에 없다고 해요. 전문가들이 제 고음이 정말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노력하면 누구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 하자, 문씨는 휴대폰에 담긴 자신의 공연 장면을 보여줬다. 오페라에 문외한이지만 소리가 곱고 시원했다.
몇 년 전 제라르 꼬르비오 감독의 영화 <파리넬리>가 개봉했다(2011년 개봉). 18세기에 큰 인기를 누렸던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 파리넬리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파리넬리는 까를로 브로스키라는 한 카스트라토(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해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남자 가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데 파리넬리는 그의 예명이다.
영화 <파리넬리>에는 주인공이 '울게 하소서'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컴퓨터 합성이다. 문씨는 올해 1월 SBS의 '스타킹'에 출연해 영화의 장면과 비교해 이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에게 음악이 주는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 기운을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리라는 마음에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문씨가 준비하고 있는 공연은 여러 노래와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하고 싶단다.
축구선수였던 한국의 파리넬리, 음악으로 인생을 승화하다문씨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였다. 그런데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무리한 나머지 꼬리뼈가 닳았다.
"그때는 잠도 자지 않고 공을 찰 정도였어요. 의사가 '몸을 너무 혹사시켜 운동을 계속하면 못 걷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볼보이로 시작해 축구 유망주까지 올랐는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그 후 2년간 방황하다 광주에서 소녀합창단을 지휘했던 음악교사를 만나 음악에 심취했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열일곱에 인천에 왔고, 방황하며 1년을 휴학해 또래보다 한 학년 늦은 나이로 청학중학교 3학년으로 전학했다.
광주에서 겪은 경험으로 음악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레슨을 포기했다. 그런데 전국장학학생콩쿠르에 참가해 3위에 올랐다. 당시 예술고교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많았는데 레슨 한 번 받지 않은 문씨가 상을 탄 것이다.
"내 실력이 이 정도였나, 저도 깜짝 놀랐어요. 학교 축제 때도 '울게 하소서'라는 곡을 불러 '우리 동네' 스타가 됐죠. 학생 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님도 제 노래를 좋아했고, 동네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제 '싸이월드'에 하루 300명 이상 방문하기도 했고요."그러나 문씨는 예고에 진학할 수 없었다. 예고는 내신이 중요했는데 운동을 하고 방황하느라 성적이 안 좋아 공고를 선택했고, 음악을 하고 싶어도 한동안 기회가 없었다. 고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 성가대 단원의 도움으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고(古)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대건챔버콰이어'를 만났고, 음대에 진학해 드디어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었다.
김연아가 용기 줘, 시각장애 고백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