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있는 초피나무에 빨래집게를 물리면서 놀기
최종규
사토에 토네 님이 빚은 그림책 <나도 할 수 있어!>(분홍고래,2016)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나옵니다. 이 작은 새는 여느 새하고 다르게 날지 못하고 먹이를 잡지 못합니다. 새라는 목숨으로 태어났는데 날지 못한다니, 아주 뒤처지다가 사라질 수밖에 없을까요?
"봄이 돌아왔어요. 거기에 새의 모습은 없었어요. 대신 꽃이 만발한 멋진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새가 있던 그 자리예요." (46쪽)날지 못하는 새는 휑한 들판에 혼자 남겨집니다. 이제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작은 새인데, 새 곁에 있던 작은 들꽃이 작은 새한테 말을 걸어요. 작은 들꽃이 씨앗을 맺어 흩뿌린 '작은 새끼 들꽃'을 품어 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작은 새는 기꺼이 돕겠노라 말하면서 아주 작은 들꽃을 가슴에 품으면서 겨울을 나요. 겨우내 작은 새는 들꽃을 포근히 품어 주었고, 새봄이 찾아올 즈음 작은 새는 그 모습 그대로 굳으면서 몸뚱이가 사라졌는데, 작은 새가 작은 들꽃을 품던 자리에서 멋진 나무가 새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휑한 들판은 '작은 새 나무'가 서면서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났다고 해요.
자전거를 달려서 골짜기로 나들이를 가다가 숲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나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끙끙대면서 끌고, 아이들은 내 앞에서 사뿐사뿐 걷다가 신나게 달리다가 가볍게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