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격>
부키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보보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뉴욕타임스> 기명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낸 <인간의 품격>이라는 책입니다.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라는 부제가 달린. 지난해 연말, 평범한 듯 새삼스러운 삶의 통찰의 계기를 갖게 해 준, 매우 인상적으로 읽은 저작입니다.
저자 브룩스는 이 책에서 랍비 조셉 솔로베이치크가 <고독한 신앙인(Lonely Man of Faith>(1965)에서 나눈 인간(본성)의 두 가지 유형을 비중 있게 소개합니다. '아담 Ⅰ'과 '아담 Ⅱ'가 그것입니다.
브룩스에 따르면, 아담 Ⅰ은 커리어를 추구합니다. 야망에 충실한 본성을 대표합니다. 이력서에 담길 덕목을 중시하는 외적인 아담으로, 무언가를 건설하고 창조하고 생산하고 발견하며 드높은 위상과 승리를 원합니다.
아담 Ⅱ는 내적입니다. 특정한 도덕적 자질을 구현하고 싶어 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내적 인격과 굳건한 분별력을 갖기를 원합니다. 선한 행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친밀한 사랑과 희생, 창조와 자신의 가능성을 귀하게 여기는, 내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된 영혼을 갖기를 열망합니다.
아담 Ⅰ은 간단명료한 실용주의 논리를 따른다. 경제학의 논리다. 들어가는 게 있으면 나오는 게 있다. 노력을 하면 보상이 따르고, 연습을 하면 완벽해진다. (중략) 아담 Ⅱ는 이와 정반대 논리를 따른다. 경제학적 논리가 아니라 도덕적 논리인 것이다. 받으려면 줘야 한다. 자기 밖의 무언가에 스스로를 내맡겨야 내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 (중략) 자아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잊어야 한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잃어야 한다. 아담 Ⅰ의 커리어를 키우고 싶다면 힘을 길러야 하고, 아담 Ⅱ의 도덕적 고갱이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자신의 결함과 직면해야 한다. - 데이비드 브룩스(2015), <인간의 품격>, 부키, 7~8쪽.
교육부가 13일 기획관님에 파면을 요구하고 직위해제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진정한 1%에 들지 못해 이런 난관을 만난 것이라고 여기고 있을까요, 아니면 흔연히 과오를 인정하고 있을까요. 진정으로 바라건대 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99%를 이길 수 있는 1%는 없습니다. 그 1%가 힘이 부족하거나 완벽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브룩스의 관점에 따르면 우리 인간 자체가 '뒤틀린 목재', 곧 결함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동의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뒤틀림'이 우리의 약점이자 숨기고 싶은 결함을 뜻하겠지요. 브룩스는 인간의 삶이란 이렇게 결함 있는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겸손과 절제와 지혜라는 '고색창연한' 덕목들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애롭게 마음을 달래 주는 반면, 자화자찬하는 사람은 취약하며 늘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입증해 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만심에 빠진 사람은 좁은 공간에 갇힌 채 이기심, 경쟁심, 우월해지고자 하는 욕구에 탐욕스럽게 허덕인다. - 31쪽.
브룩스는 우리가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본성에 있게 마련인 편견과 자만심을 어느 정도 극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인 "지적 겸손의 가장 완전한 의미"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그것은 "멀리서 바라본 자신에 대한 정확한 자각"이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아주 가까이에서 클로즈업해 보며 캔버스를 온통 자기 자신으로 채우는 청소년기의 관점에서 시야를 확대해 풍경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으로 삶이 이행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기획관님, 이 책에는 '뒤틀린 목재' 8명이 나옵니다. 그들은 결함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내적으로 투쟁해 자존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들이 성취한 것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기억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와 업적에 매달려 있던 제게 큰 성찰의 실마리가 된 말이었습니다.
지금 민중이 '나향욱'에게 요구하는 것미국 최초의 여성 각료였던 프랜시스 퍼킨스(Frances Perkins, 1882~1965) 전 노동부 장관 이야기를 전하며 두서없는 글을 끝맺으려고 합니다. 퍼킨스는 '게으른 소녀에서 뉴딜의 막후 조력자로'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 제2장의 주인공입니다.
저자의 진단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는 '빅 미(Big Me)', 곧 자기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자기탐구에서 시작해 자기성취로 끝나는, 자기에서 시작해 자기로 끝나는 방식입니다. 이때 삶은 일련의 개인적 선택으로 결정되겠지요.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퍼킨스는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물었다고 합니다.
'삶이 내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나를 둘러싼 이 상황은 내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는가?'
기획관님은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십니까? <인간의 품격>이 방황하고 계실 기획관님께 귀한 길라잡이의 하나가 되길, '같은' 시대 '다른' 사회를 살아가는 동년배의 하나로서 진심으로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6년 7월 12일 전북 군산에서 어느 '뒤틀린 목재'가 씁니다.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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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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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 발언 나향욱이 봐야할 <인간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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