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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영희
인권연대에서 기획하고, 표창원·오인영·선우현·이희수·고병헌 다섯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철수와영희, 2016)를 읽으면서 투표와 다수결이라고 하는 오늘날 민주주의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송전탑이나 핵발전소를 놓고 본다면, 송전탑이나 핵발전소는 '도시에 사는 대단히 많은 사람들' 때문에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커다란 발전소를 들일 일이 없고 커다란 송전탑을 세울 일이 없습니다. 어느 시골이든 볕이 잘 들기 마련이기에, 시골에서는 집이나 마을에 맞추어 지붕에 햇볕전지판만 붙여도 '전기 자가수급'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도시에서는 엄청나게 많으면서 높다란 건물, 지하상가, 지하철과 전철, 수많은 편의시설과 문명과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써야 하지요.
핵발전소이든 화력발전소이든 커다란 발전소는 도시 때문에 세워야 하는데, 정작 도시에는 커다란 발전소를 안 세워요. '다수'가 있는 곳에 큰 발전소를 세우면 '안전하지 않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소수'가 있는 곳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시설'이 있어도 괜찮을까요?
가해자들의 상당수는 학대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집이나 학교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존감도 상당히 낮습니다. 어려서부터 학대를 당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매우 수치스러운 존재로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한 분노가 가슴속에 남아 있다가 어떤 대상을 향해 폭발하게 되는 거예요. (54쪽) 몇 명 없앴다고 친일파가 사라지겠느냐, 이런 말에 임옥윤이 답합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말합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힘들고 어렵더라도, 맞서 싸우자고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언젠가는 바뀔 거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에요. (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