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경내 차 밭 차 명인 거처누가 지었는지 마치 도인들이 살것 같은 집이다. 새벽녁 바로 위에서 울어 대는 새소리에 적응하면 살만하다.
전병호
잠깐 선잠을 잔 것 같은데 하도 시끄러워 깨보니 오전 4시반이다. 온갖 새들이 2층 창 밖 바로 옆 나무에서 생목으로 짖어댄다. '아이고 이놈들 부지런도 하다.'
비몽사몽 새소리에 취해 방바닥에 붙어 있다 언뜻 창 밖을 보니 훤하게 밝아 있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체질인데 조용히 일어나 세수를 했다. 밖을 보니 멀리 차밭을 순찰하고 있는 형이 보였다.
"잘 잤남?" "밥 먹기 전에 차 정원 구경해야지."
오전 일정이 정해졌다.
선운사 주변에는 조성한 차밭과 야생차밭을 합해 대략 10만여 평(정확한 면적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함)의 차밭이 있다고 한다. 먼저 야생차밭을 구경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선운사 산내암자인 도솔암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도솔암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차밭이 펼쳐져 있다. 시도형 말로는 야생차의 북방한계선이 여기쯤이라고 한다. 순창 강경마을 야생차밭처럼 이곳 차밭도 수백 년이 되었는데 도솔암 계곡의 숲과 어우러져 이렇게 수백 년 동안 이곳을 지켜왔다고 생각하니 뭔지 모르게 신령스런 기운이 도는 것 같고 차를 마시지 않아도 그 향이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