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관광지도.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대마도 여행을 가지 위해 꼼꼼이 준비했다.
이명재
패키지 경비는 1인당 20만 원, 총 40만 원이면 다 해결되는 조건이었다. 예정에 두고 있는 돈에도 딱 맞았다. 아내를 놀라게 해줘야지, 이틀 시간 내기 좋은 때가 언제인가 몇 번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지만 아내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5년 전에 있었던 실수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정말이다. 아주 치밀하게 체크해야겠다. 아마 5년 전쯤일 것이다. 신문사에 원고를 보내고 적립해 놓은 돈이 30여만 원이 됐다. 그것으로 뭘할까 생각하다가 아내에게 옷 한 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 돈이면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입을 만한 것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어느날, 아내에게 나들이 차비를 하라고 일렀다. 난생처음 아내에게 선물다운 선물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몹시 기뻤다. 은행에 들려 돈을 찾아야겠다는 말에 아내가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의 빈약한 경제 흐름을 훤히 꿰고 있는 아내인데.
잔뜩 기대를 갖고 은행 현금지급기와 마주 섰다. 현금 지급기가 그렇게 친근하게 보인 적이 없었다.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동반자 정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신문사에서 송금한 돈이 몇 분 전에 다른 용도로 몽땅 빠지고 없었다. 갑자기 어깨가 축 늘어졌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탓하며 아내에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이야기했다. 그럴 수도 있다며 이해하고 되레 용기를 북돋워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이젠 이런 걸로 쉬 약속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흐르고 우리의 결혼 25주년의 해가 됐다.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봉하마을에 다녀오자는 제안지난 5월 22일이었다. 아내가 뜬금없이 내게 제안을 하나 해왔다. 내 짐을 한결 가볍게 만드는 제안이었다.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갈 데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7주기가 열리는 봉하 마을에 다녀오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데엔 내가 적극적이고 아내는 그 반대였다. 그런데 이런 제안을 해오다니. 평범한 아줌마의 의식이 넓혀진 것 같아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