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커뮤니티에서 공개된 단톡방 고발문입니다.
김제형
국민대, 고려대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대에서도 단톡방 언어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학교 인문대 남학생들에게 언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학생들이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게시한 대자보를 통해 알려졌다. 대자보에는 단톡방에서 실제로 벌어진 대화가 그대로 옮겨졌다.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성범죄를 미화하는 등 여성 혐오 발언 내용이 담긴 것이다.
피해 여학생은 우연히 한 남자 동기가 보여준 단톡방에서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 문구가 난무한 것을 확인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들을 그냥 지켜볼 수만 없어서 그 내용을 따로 저장해 보관했다고 한다. 피해 여학생은 단톡방의 남학생들이 발언의 수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문제시 삼는 여성들이 예민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에 사건의 공론화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서울대 단톡방 성폭력 피해자 인터뷰 "소름끼쳤다")
단체 카톡방에 언급된 내용에는 동기 여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조롱("동기 A 얼굴로 절구 찧을 수 있다")하고, 성범죄를 두둔하고 성범죄의 주체가 되는 발언("몸매가 좋은 여성들을 봉지 씌우고 먹자"), 심지어 동기 여학생의 사진을 올리며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도구로써 취급하는 발언("박고 싶다")등이 있었다. 언어 성폭력은 단톡방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수위가 높은 발언을 경쟁하듯 내뱉은 것으로 보인다.
가해 남학생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발언이 외부로 유출됐을 때 뉴스에 나올 수 있다는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하면서도, 단톡방에 있던 모든 남학생이 언어 성폭력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모두가 가해자인 만큼, 유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폐쇄적인 공간이라 믿었던 단톡방에서 언어 성폭력으로 우정을 쌓았고, 모두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종류의 언어 성폭력을 응당 '해도되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수와 얘기하는 단톡방이 과연 폐쇄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톡방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은밀한 대화가 아니다. 개인과 다수의 관계 속에서 발언은 이어지고, 발언은 개인의 의지로 결코 통제할 수 없다.
피해 여학생이 이번 사건에서 문제되는 발언을 접했던 것처럼, 발언 내용은 언제든지 단톡방 외부로 알려질 수 있다. 전파 가능성의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단톡방에서의 대화는 폐쇄적일 수 없고,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단톡방은 흔히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직장, 학교에서 통용된다. 일일이 한 명 한 명에게 말하지 않고도, 한 번 말하면 다수가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명에게 말할 때보다 단톡방에서 한 발언의 책임은 배가된다. 내가 행한 발언에 대해서 단톡방에 속한 소수의 구성원이 동조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발언에 불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법적 처벌보다 자정 노력이 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