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밴드, 주민들과의 소통입니다.
신광태
"왜 스스로 무덤 파는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인 한 사람이 느닷없이 내게 말했다. "대체 뭔 소리냐?"라면서 짐짓 모른체 했지만, 그가 말하는 의도를 안다. '밴드' 때문이다.
SNS를 활용한 행정이 필요한 이유"면장인 내가 직접 나서는 건 좀 그렇고, 회장님이 '밴드' 운영진 좀 맡아 주시죠."지난 3월 초, 전미선 사내초교 학부모 회장을 만났다. 열정과 지역발전에 대해 남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사내면 사람들'이라는 밴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참고로 나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장이다.
밴드는 면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알릴 사항을 비롯해 주민 불편사항 등 민원을 접수받는 게 주목적이다. 면민들 간 경조사나 유용한 정보공유 마당으로도 활용된다. 개설 4개월 만에 300여 명의 주민들이 동참했다.
'며칠 전 비에 떠내려 온 흙으로 차량 운행이 어렵다'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에어로빅 시간을 늘려 달라' 등 다양한 의견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즉시 현장에 나가 처리를 지시하고 프로그램 조정 협의도 마쳤다. 밴드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일들이다.
지금까지 행정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마을 사람이 면사무소를 찾아 민원을 제기했다. 담당자 판단에 따라 방문 일정이 정해진다. 사진도 찍고 현장 스케치를 마치고 보고서를 만든다. 이후 내가 보고서를 가지고 담당자와 같이 현장을 찾아 이것저것 지시한다. 민원제기에서 처리까지 일주일 걸렸다.
주민들이 전화나 면사무소 방문을 통한 민원제기는 사실상 번거롭고 시간도 낭비된다. 면장을 찾아 장황한 설명을 하느니 밴드를 통해 사진 한 장 올리는 것으로 충분히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다. 현장에서 즉각 조치했다.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마을에 작은 극장이 생겼다. 농촌주민들은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지 전화로 확인하거나 일부러 극장까지 나와야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안남희 '토마토시네마' 부매니저는 밴드에 공지한다.
직원들을 소집, 긴급회의를 열었다. 밴드에 올라온 민원 때문이다. 직원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들이다. '왜 규정에도 없는 것을 만들어 번거롭게 하냐'는 눈치다. 직원들의 밴드 가입도 권했다. 면장인 내가 일일이 답글을 올리는 것보다 담당자 말이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이 많아졌다. 원주민들과 소통이 어렵단 말도 들렸다. 누군가 밴드를 통해 서로 잘 몰랐던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들이 바랐던 건 주민들 간 소통이다. 이 또한 밴드행정 효과다.
역지사지,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