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초등학교 정문 왼쪽 꿈벽화길을 따라 150m 옹벽에 새겨진 벽화 ‘희망-세월호의 기억.’ 종이비행기가 다양한 색채의 희망을 담아 날아가다(사진 아래), 무지갯빛 꿈을 꾸며 노는 아이들을 지나(사진 중간), 점점 노란색 비행기로 변하며 드디어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 세월호의 기억 노란리본과 만난다(사진 위).
박호열
"형형색색의 종이비행기가 뭉게구름을 타고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하늘에 꽃핀 무지개에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 삼아 친구들과 놀고 있다. 아이들의 함박웃음과 집, 초원, 호수, 꽃밭 등을 지난 종이비행기는 바다에서 엄마 고래와 아기고래를 만나 마침내, 세월호의 기억 노란리본에 당도한다." - 안산초등학교 옹벽에 그린 벽화 '희망-세월호의 기억' 어둡고 칙칙했던 학교 옹벽이 달라졌다. 지난 1899년 안산 공립소학교를 설립하면서 안산 공교육의 출발을 알린 안산초등학교 담벼락 모습이다. 올해로 개교 117년이 된 유서 깊은 이 학교 옹벽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희망'을 주제로 '세월호의 기억'이 새겨졌다. 이 학교 옹벽 150m에 '세월호의 기억'을 그리게 된 연유는 무얼까?
벽화는 지난 4월 초에 시작해 6월 초까지 두 달에 걸쳐 완성됐다.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가운데 학생, 교사, 마을주민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안산중학교 학생들도 손을 보탰다. 처음 물꼬를 튼 것은 이 학교 전 학부모회 회장인 김은주(여, 수암동자원봉사센터 담당)씨였다.
김은주씨는 "등하굣길이 늘 어둡고 칙칙한데다 인적도 드물고 지저분해 어차피 다녀야 할 길이라면 조금이라도 밝고 안전한 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3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하던 중에 벽화 신청을 해 지난해 중·고교 벽화에 이어 올해 안산초 벽화 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마을을 소중히 가꿔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힘들었지만 즐겁게 작업했다"며 "벽화 작업을 하는 동안 주민들이 밝고 깨끗하게 해줘 고맙다고 할 때 정말 기분 좋았고, 끝난 후 길이 밝아져 아침에 기분 좋게 등교한다는 아이들 얘기를 들었을 땐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벽화 작업이 끝난 후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 옹벽 인도를 따라 도로 주차선이 그어져 차들이 주차를 하면 벽화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씨는 "주차선을 반대쪽으로 옮기는 서명운동을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아이들을 향해 날아오르는 듯 벽화 구상부터 밑그림까지 실무 작업은 이 학교 학부모였던 이미경(여, 색깔찾기 미술학원 원장)씨와 남편 등이 주도했다. 학교 동문의 도움을 받아 벽 세척을 하고 회색으로 밑바탕을 도색한 후 색 채우기를 했다. 작업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진행됐으나 비오는 날이 많아 적지 않게 고생을 해야 했다.
밑그림과 색을 찾아 가는 도중에 아무도 종이비행기가 어디로 향할지 몰랐다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이비행기가 이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 종이비행기가 '세월호의 기억' 노란리본에 도착하게 된 건 이미경씨 등 학부모들이 공동 방점을 찍은 결과였다.
이미경씨는 "벽화의 주제는 희망인데 그 속에 세월호의 아픔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사회 만들기 등이 포함돼 있다"며 "그런 의미를 비행기를 매개체로 삼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형상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벽화를 그리는 동안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음료도 사주고 주머니 사탕도 나누며 토닥토닥 응원해줘 너무 행복했다"며 "세월호는 잊어서도 잊혀도 안 될 대한민국의 아픔이지만 어떠한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고 꿈꾸는 자만이 희망찬 미래를 만들 수 있기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벽화 그리기를 함께 했던 6학년 학생들은 수학여행 중이라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대신 하굣길의 아이들에게 벽화가 무얼 의미하는지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세월호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해요~!" 아이들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말들이 노란색 종이 비행기가 되어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아이들을 향해 날아오르는 듯했다.
세월호 교육은 함께 묻고 답하는 '사회적 기억'의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