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신항과 부산신항 배후단지 전경. 오른쪽이 북컨테이너 부두이고 왼쪽이 남컨테이너 부두다.
김갑봉
상하이항만 그런 게 아니다. 항만 배후단지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해 괄목한 성장을 이룬 곳으로 저장성 닝보·저우산항을 꼽을 수 있다. 닝보·저우산항은 2005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산항에 뒤쳐진 항만이었다.
2007년에 946만TEU를 기록하며 세계 11위를 기록하더니, 2008년엔 1122만TEU로 세계 10대 항만에 진입했다. 그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4년에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2062만TEU를 달성하며 홍콩(2011만TEU)마저 제쳤다. 부산항은 지난해 1945만TEU로 6위를 기록했다.
중국 항만의 성장은 닝보·저우산항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10대 항만 중 3위인 싱가포르항(3092만TEU)과 6위 부산항(1945만TEU), 9위 두바이항(1580만TEU))을 제외한 나머지 항 7개가 중국 항만이다.
상하이(3654만TEU, 1위), 선전(2420만TEU, 3위), 닝보·저우산(2062만TEU, 4위), 홍콩(2011만TEU, 5위), 칭다오(1751만TEU, 7위), 광저우(1697만TEU, 8위), 톈진(1410만TEU, 10위)항이 세계 10위 안에 포진해있다.
중국 항만의 이 같은 성장은 중국의 무역규모 증가에 비례한다. 중국은 2013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도 교역액 3조 9570억 달러(수출 2조 2750억 달러, 수입 1조 6820억 달러)로 세계 교역량(33조 2480억 달러)의 약 11.9%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 항만의 성장이 단순히 무역량 증가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항만 배후단지 개발과 자유무역지대 지정, 자유무역지대에 대내외 자본 투자 유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를테면 부산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1945만TEU인데, 이중 약 1000만TEU는 환적 화물이다. 환적할 때 또 카운팅되니 실제 물동량의 두 배가 되는 것이다.
즉, 부산항이 환적 화물에 의존해 성장하는 사이 중국 정부는 주요 항만의 배후단지에 보세구·수출가공구·보세물류가공구·경제개발구 등을 조성하고 이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한 뒤 그 곳에 대내외 자본투자를 유치해 제조·유통·조립·가공·전시·판매 등의 산업을 일으켜 물동량을 창출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전략은 2005년 중국 국무원이 상하이 양산항을 양산보세항구로 지정함으로써 시작됐으며, 그 뒤 보세항구 총14개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항 배후단지 내 자유무역지대 제로인천과 도시성장과정이 비슷한 톈진시도 마찬가지다. 톈진은 자동차·항공·전자통신·화학·기계·IT·BT 등, 중국의 첨단산업을 이끄는 곳으로, 중국 제조업의 약 30%를 차지하는 산업도시다.
톈진의 장점은 인천과 마찬가지로 톈진국제공항과 톈진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톈진신항을 개발하면서 중국 3북 지역의 개발에 맞춰 항만 인프라(선석, 배후산업단지와 물류단지, 보세구역)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동강신항 배후에 있는 동강보세항구관리구로, 면적만 30㎢(약 907만 평)로 선석과 물류단지, 보세구역이 각각 10㎢(약 302만 평)이다. 반면, 인천항의 자유무역지대는 총201만 4000㎡(약 61만 평)에 불과하고, 게다가 거의 모두 항만 부지이며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된 항만 배후단지는 아예 없다.
정부, 부산신항 배후단지 50% 투자 후 자유무역지대 지정세계 경제는 한 국가에서 모든 자원을 조달해 생산·유통하는 방식에서 글로벌 분업체제로 전환했다. 동북아시아 경제블록을 보면, 일본에서 생산한 기초부품이 한국에서 중간재로 가공되고, 이를 중국에서 수입해 소비재를 생산한 뒤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휴렛패커드만 보더라도 마우스와 키보드는 중국, LCD와 메모리는 한국, 프로그램은 미국, 조립은 싱가포르 등으로 분업화돼있다. 동시에 자유무역협정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중국을 비롯한 각 나라는 항만을 중심으로 배후단지에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항만 배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해 거기에 제조업과 첨단산업, 서비스업을 집적화하고,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면 물류비를 절감해 무역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외국인자본 투자 유치와 무역 진흥, 지역개발 촉진 등을 위해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로써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더라도 중소·중견기업 육성과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산업 유치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게 정부재정을 투자해 임대료가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임대료를 낮출 경우 입주기업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항만들에 자리를 내준 부산항의 경우도, 정부는 환적 물동량 외에 항만 배후단지에서 자체적 수출입 물동량을 창출하기 위해 부산신항에 배후단지(675만㎡)를 개발하고 이를 모두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했다.
부산항의 자유무역지대는 총936만 3690㎡로 이중 신선대부두(123만 5270㎡)와 감천부두(13만 4070㎡)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부산신항(796만 6650㎡)에 집중돼있다. 또 부산신항의 자유무역지대 중 항만 배후단지가 약 675만㎡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산항만공사는 이곳에 제조·조립·가공·전시·판매·유통 분야 업체를 유치해 부산항 물동량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부산신항 배후단지는 정부재정이 50% 반영돼, 임대료가 인천항의 '4분의 1'도 안 될 만큼 저렴하다(표1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