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국 스타트업의 성지 심천 방문 당시 시드스튜디오 담당자와 함께한 민광동씨(오른쪽). 2008년 설립된 시드스튜디오는 메이터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민광동
천주교 사제를 꿈꾸던 25세 청년은 대학시절 한 여성을 만나 속세의 삶을 선택하며 인생의 첫 변곡점을 맞는다. 성직자가 아닌 삶,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던 그는 취업보다 생존을 위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에 주목했다. 부동산경매, 보험영업, 막노동, 사업, 장사… 닥치는대로 일하며 돈도 벌어봤지만 그 무엇도 '내 업(業)'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답답할 때는 늘 책을 읽으며 길을 찾았던 그는 톰 피터스(Tom Peters)의 <미래를 경영하라>를 만난 후 달라졌다. 두 번째 인생의 변곡점인 셈이다.
강의 및 컨설팅 7년차 1인기업가 민광동(37)씨는 스펙 화려한 엔지니어 출신들로 즐비한 기술창업 분야에서 드물게 인문사회계열 출신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의 강의 분야는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계획서 2가지이며, 공학을 전공한 석박사급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기술기반 스타트업 코칭을 주로 하고 있다. 고벤처포럼에서 매달 정부지원금 및 사업계획서를 주제로 정보발표를 하고 있으며 광주과학기술원의 창업멘토로도 활동중이다.
"대학 3학년때 전국을 돌며 토지경매를 공부했었어요. 그때 알게 된 부동산 교육업체에서 대표 수행비서로 8개월간 일한 것이 제 직장생활의 전부입니다. 결혼 후 보험영업부터 중고차 판매, 노점상까지 돈 되는 건 다했어요. 영업을 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울근교 농장에서 농사일도 했었고요.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노예처럼 일만 했는데 어느 날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밥 먹는 모습을 보던 아내가 울먹거리더군요. 그만두면 안되겠느냐고. 그길로 농사일은 그만뒀습니다."이후 지인의 도움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의 연속이었다. 서울 명동에 넓은 사무실을 얻고 호기롭게 시작한 인터넷통신 사업은 빚만 잔뜩 지고 접어야 했다. 대전으로 내려가 제약회사 총판, 인쇄업, 동영상콘텐츠 총판, 중고자동차 영업 등 계속 다른 사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다 실패했다. 빚은 점점 더 늘었고 그 즈음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
'그래 결심했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농수산시장 중도매상에서 새벽 4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며 월급 150만 원을 받았다. 속은 편했지만 그 월급만으론 20년간 꼬박 빚만 갚다 끝날 것 같았다.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장사를 배워 내 사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업을 찾을 것인가?' 오전엔 신문배달, 오후엔 도서관에서 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