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배달 음식 3주째…애꿎은 학생만 피해>(7/6)
민주언론시민연합
KBS는 리포트를 시작하면서 먼저 "학생 대다수가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습니다"라며 급식이 중단된 이천 이현고등학교의 상황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 학교 학생 천 여명이 급식을 못 먹은 건 지난달 20일부터, 조리사 11명이 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의 배경은 "저녁 급식을 위한 초과 근무 시급을 현행 1.5배에서 2배로 올려달라는 것인데,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라는 짧은 언급으로 갈무리했다.
마치 조리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보도 말미에는 "(급식의)질이 향상이 되는 게 아니고 인건비로 인해서 올라가는 게 현저히 보이잖아요. 당연히 반감을 사고 학부모들은 거부할 수밖에 없죠"라는 이현고 학부모회장의 인터뷰로 재차 조리사들을 비판했다. 조리사들의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싣지 않았다.
KBS의 이 보도는 교내 비정규직에 대한 심각한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에 따르면 조리사들이 파업을 한 이유는 단순히 '수당 인상 요구'가 거부됐기 때문이 아니다. 학교 측과 조리사들의 저녁급식 근무 시 추가 근무 시급에 대한 협상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별 문제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조리사 측 2배안과 학교 측 1.5배안이 맞섰으나 당시엔 학교에서도 협상에 적극적이었고 조리사들은 1.8배로 수정안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는 돌연 태도를 바꿔 학부형들과 운영위원회를 거쳐 저녁급식 문제를 경기도 교육청에 제기했고 결국 다른 업체로 위탁 급식이 이뤄지게 됐다.
협상에 참여했던 경기지부 이준형 조직국장은 민언련과의 통화에서 "점심급식 경우 교육청이 관리를 하지만 저녁급식은 개별학교가 관리한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사용자로서의 협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노조 측이 낸 1.8배안을 학부형들이 낸 제안으로 둔갑시켜 마치 노조가 제안을 거부한 것처럼 내용을 꾸며 가정통신문까지 발송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형들은 근무 중인 조리사들에게 찾아와 "석식을 하지 않으니 조리사 두 명을 해고하겠다. 나머지는 전보를 보낼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조리사들은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KBS 보도에 이런 배경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KBS가 말하지 않은 것이 또 있다. 이준형 조직국장은 이번 파업이 비단 이현고 조리사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급식이라도 초중고는 모두 환경이 다르다. 고기를 썰어준다고 해도 초등학교는 100g을, 고등학교는 800g을 조리해야 한다. 업무 상 그런 차이가 있는데도 임금이나 배치 기준 등 모두 처우는 모든 똑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여금, 급식비 등 정규직과의 차별금지, 방학 중 생계 대책 마련 등 교내 비정규직 차별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모든 교육공무직(비정규직)들의 문제의식도 이현고 사태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2003년 이후 전국 1만1698곳의 초·중·고교가 전면 학교 급식을 하며 영양교사 및 영양사 9975명, 조리사 1만여명, 조리원 5만2624명이 급식 업무에 종사 중인데 직무 구분과 처우가 모두 제각각이다. 이 중 영양교사와 조리사는 모두 비정규직으로서 각종 차별과 박봉(서울의 경우 노조 집계 연봉이 1600만원에 불과하다)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매년 인상되는 정규직 임금협상 테이블에서도 제외되고 있고, 이런 문제로 지난 6월 두 차례 총 파업에 나섰다. KBS는 이를 단 한 번도 보도한 적 없다. KBS가 조리사들의 파업을 보도하려 했다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한 마디라도 언급했어야 한다. 이준형 조직국장은 7일 오전 KBS 보도에 항의하며 노조 측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향후 KBS에서 정정보도가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다.
■ 민언련 오늘의 '방송 무보도'(7/6) ․ 20대 첫 임시국회, 모든 의혹에 눈 감은 방송사들6일, 20대 국회 첫 6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30여년 만에 빠른 개원으로 시작된 임시국회는 각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 이어 4일과 5일 대정부질문, 6일 본회의를 끝으로 종료됐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계획서가 통과되면서 책임자 처벌 및 진상 규명을 위한 길이 열렸다. 하지만 배‧보상과 정부 책임 추궁에 있어 여전히 여야 입장차가 커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유독 정부가 직접 관련된 의혹이 많이 논의 됐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를 알고도 혈세를 지원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및 청와대‧국정원 연루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이런 의혹들에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