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 촘스키
김아람
2012년 3월 9일 MIT에서 만난 놈 촘스키에게 물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과연 대중의 안녕을 위해 있는지. 미디어와 자금을 흔드는 소수의 권력을 다수 대중이 인정해 줌으로써 오히려 강해지도록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 신자유주의 시대, 민주주의는 과연 다수를 위해 작동하는가?"민주주의는 대중 다수의 뜻이 그들의 대리인에 의해 실행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그 작동 속에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미국을 보면, 18C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죠. 현대 민주주의의 모델입니다. 하지만 헌정 질서가 잡힘으로써 다수가 통치하지 않게 됩니다.
미국 수정헌법 5조를 보면, 어떤 사람도 정당한 법 절차 없이 권리를 빼앗기지 않는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의 의미란 무얼까요? 인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겐 권리라 불릴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쫓겨났고, 몰살당했으니까요.
노예들도 권리가 없고 여성도 없었죠. 그들은 국가 구성원이 아니라 남편 혹은 아버지의 재산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세기까지 이어진 사실입니다. 가난한 사람도 거의 권리가 없었어요. 참여하는 데도 장애물이 많았죠.
헌정 시스템이 수립된 방식은 권력이 부자의 손아귀로 가도록 세워졌습니다. 주요 창안자인 제임스 매디슨은 말합니다. '힘은 재산가들의 손아귀에, 재산권을 존중하는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며 그리고, 그 풍요와 부는 다수로부터 지켜질 것이다'. 미국 헌법 제정 회의 참가자들의 토론을 읽어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면, 그 속에서 대중의 다수는 그들의 의지를 표현하려고 투표할 것이다. 이는 다수를 이루는 가난한 사람들이 토지개혁처럼 부자의 재산을 없애는데 쓰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역사를 보면 같은 질문이 주요 정치 역사의 첫 단계에도 나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죠. 그는 자유인들의 민주정치 아테네에서 고민합니다. 노예도 여성도 아닌 자유 남성들의 정치입니다. 18세기 미국처럼요. 아리스토텔레스도 같은 질문을 고려합니다. '다수가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들은 부자의 재산을 가져오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건 옳지 않다고도 하죠. 아리스토텔레스와 매디슨은 같은 질문에 반대의 답을 내립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결론 짓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중간층이 되는 정책을 제안해요. 그럼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거죠. 반면에 매디슨은 민주주의를 감소하는 답을 냅니다. 제도가 안착할수록 대중은 갈라지고 파편화되어 부자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도록 합니다.
그러면 문제가 못 생길 거라고요. 하지만, 그 후로 미국의 정치 역사는 늘 이를 놓고 겨루는 (부자의 권리 옹호와 약자의 분투가 이어지는) 투쟁이 돼 왔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부자의 손아귀로 권력이 집중되는 극단적인 형태로 치닫는 퇴보입니다. 수년 동안 역사는 후퇴되어 부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었고 지금은 고도로 집중됐습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입니다. 매우 반민주적이죠."
- 마지막 질문은 청년들을 위해 답해주기 바랍니다. 매우 비관적이며 우울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죠?"오래 전 일이 아니죠. 1980년대 한국인들은 잘 조직되었고, 함께 모였고, 열심히 싸웠어요. 매우 용감하게, 효율적으로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던 잔혹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자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무너뜨렸죠. 대단히 중요한 민주적 혁명이 있었어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때 한국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른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해냈어요. 기회는 지금이 훨씬 많아요. 한국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전과 같은 독재는 아니잖습니까.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당신들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길을 찾읍시다."
2016년 오늘 우리의 처지는 더욱 아슬아슬하다. 선거에 쏟아지는 자금의 판은 커졌고, 대중의 주머니는 홀쭉해졌다. 언론과 시장은 돈의 힘으로 움직인다. 무엇이 민주적 혁명일까? 연일 부조리한 대형 부패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비리가 지난 비리를 덮으며 일상의 안전을 무너뜨리고 내일의 지속 가능성을 안갯속으로 끌고 간다.
롯데 비자금, 법조비리, 관피아 등등의 권력과 돈의 카르텔이 공공의 재산과 안전을 무너뜨리며 질주한다. 상시적인 대량 구조조정 속에서 우리는 벼랑 끝 억새를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촘스키의 조언, '민주적 혁명'을 생각하며, 빈자와 부자 모두의 우울을 거둬내는 사회의 우선순위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