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현 화백과 함께 식사 하던 날의 모습
정철
나는 그의 선거 캠프를 찾아가 곰탕 한 그릇 샀고 선거에 쓸 슬로건 몇 개를 건네줬다. 내가 한 일은 그것이 전부였고 그 후로는 그의 안부를 몰랐다. 지친 몸과 마음 추스르고 있겠거니 생각했다.
선거 막판,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던 백무현얼마 전에 알았다. 선거 막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만나고 인사하고 부탁하고 설득했어야 할 그 시간에 그는 선거운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병원에 입원해 누워 있었다는 것을. 아... 이미 위암 3기였다는 것을. 선거 패배의 아픔이 아픈 몸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는 것을. 전남대병원에서 지리산을 거쳐 서울한방병원, 서울대병원 그리고 지금은 앞날을 알 수 없는 몸으로 경주에 있는 한 병원에 누워 있다는 것을.
그는 선거에서 졌다. 온몸을 던져 싸웠지만 분명히 졌다. 하지만 그는 그에게 1패를 안겨준 지역주의에게, 분열주의에게, 구태정치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위암 이겨내고 다시 우뚝 설 테니 한 번 더 싸워보자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내게 직접 말한 건 아니지만 나는 들린다. 그가 살아온 궤적을 살피면 위암 따위 때문에 싸움을 포기하지는 않을 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그는 오랫동안 만평을 그리던 신문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문재인 후보를 도우러 왔다.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고마웠다. 이때 그를 처음 만났고 고향 후배라는 것도 알았다. 그가 옳다고 믿는 일에 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한때 그가 광주전남지역 언론노조협의회 의장이었다는 것도, 대한민국 대통령 여럿을 만화로 그려낸 꼿꼿한 만화쟁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백무현은 <만화 박정희>로 박정희를 영웅에서 친일 민족반역자로 끌어내린 만화쟁이었다. <만화 전두환>으로 피비린내 나는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고발한 만화쟁이었다. <만화 김대중>과 <만화 노무현>으로 우리 시대의 꿈과 현실과 아픔과 절망과 분노를 고스란히 담아낸 만화쟁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정치사가 이 만화쟁이 손끝에서 차례로 정리되어 왔다.
파도처럼 이어지는 그를 돕자는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