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동굴 귀신의 집 입구
윤한영
그런 기억 때문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한여름의 무더위를 쫓는 데는 귀신만한 게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귀신 따위가 있을 리 없잖아, 하면서도 말이지. 그래서 광명동굴에서 이색 공포체험관인 '귀신의 집' 운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꼭 가게 된다.
작년에도 그랬다. 광명동굴 '귀신의 집'은 관람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즉 코스가 그리 길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공포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관람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공포감 역시 마찬가지다. 이거 양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동일한 공포감을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한데 광명동굴 관계자는 공포 체험코스가 너무 길면 놀라서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있어 코스를 일부러 길지 않게 조성했다고 설명한다. 아, 그렇구나. 광명동굴 귀신의 집에 산 귀신과 죽은 귀신이 뒤섞여 있는 건 넘어져서 다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란다. 공포감에 질려서 넘어지는 순간, 다치지 않게 부축해줄 귀신이 있다는 거지. 귀신이 부축할 때 더 놀랄 수도 있겠지만.
작년에 처음 광명동굴 '귀신의 집'에 들어갔을 때는 공포를 안겨주는 귀신과 힘겨루기(?)를 했다. 귀신을 만났을 때 절대로 놀라지 않는 담대한 모습을 귀신에게 보여주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