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새알지난 6월 10일에 기사로 나간 우체통 속 새알둥지다. 이때만 해도 형님은 너무나 난감해 하셨다. 혹시 집나간 어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봐서였다.
송상호
형님은 이걸 어찌 처리할까 고민했다. 끝끝내 집나간 어미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 알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난감하셨던 게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집 나간 어미는 그 다음날 새끼를 보러 돌아왔다. 형님은 반색을 하며 "에헤라디야" 춤을 추었다.
형님은 집으로 돌아온 어미 새가 행여나 또 가출할까 봐 매사에 조심조심했다. 사실 가출한 어미는 자신도 빈집인 줄 알고 알을 낳았다가 사람이 오는 바람에 놀라 도망친 게다. 그러고 보니 서로 놀란 가슴을 쓸어안은 형국이었다.
형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는 어미가 가출하지 않도록 새들에게 우체통을 전세로 주기로 했다"며 말하고 다녔다. 집배원이 실수하지 않도록 "새가 있으니 우편물을 땅바닥에 놓고 가달라"는 글도 써 붙였다. 흡사 "이 방이 전세 나갔으니, 다른 사람은 탐내지 말라"고 알리는 꼴이었다.
말이 그렇지, 우편물을 우체통에 받지 않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우편물이 흙에 좀 나뒹구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다가 비라도 올라치면, 우편물은 비에 다 젖는다. 굳이 비가 아니더라도 산중 집이라 아침 이슬만 해도 만만찮다. 그래도 형님은 '싱글벙글'이시다. 집 나간 어미로 인해 남은 알을 어찌 처리해야 될지 난감할 때를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 어미 새가 돌아와서야 우리는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 새 이름이 박새라는 것을. 또한 그 어미도 집으로 돌아오려니 사람이 무섭고, 돌아가지 않으려니 알이 걱정되어 주변을 맴돌았다는 것을.
형님은 그 어미가 행여나 다시 가출할까 봐 우체통을 함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혹시나 어미가 또 놀라서 도망 가실까 봐. 하하하하.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맘을 꾹 참았다고 했다. 돌아온 걸 확인만 하면 됐다면서.
그렇게 20일이 지난 어느 날, 우체통에서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알을 깨고 나온 듯했다. 이때도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고 했다. 형님은 마치 자기가 알을 품고 있다가 부화한 듯 기뻐했다. 감당도 못할 생명들을 책임질까 봐 아찔해 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