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점: 2016년 6월 29일 오후 2시 30분.
하지율
예를 들어보자. 구글 트렌드에서 여성혐오 용어인 '된장녀'와 '김치녀'를 검색해보면 위와 같은 그래프가 나타난다. '김치녀'에 누리꾼들이 처음 '1'이상의 관심도를 보인 시점은 2011년 12월이고(작은 네모), 2013년 2월에 처음 '된장녀'와 동률을 이뤘다. 그 후 '김치녀'가 상승 추세고 된장녀는 완만한 하향 추세다(큰 네모).
물론 이 그래프 자체만으로는 <블로터>가 소개한 대니 페이지의 주장처럼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된장녀'와 '김치녀'는 무슨 상관인지, 2011년 12월~2013년 2월에 사용자들은 무슨 생각을 가졌고, 그 이전 혹은 이후에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관련 사안에 대해 취재 중인 성실한 기자라면 데이터를 그냥 버려서는 안 된다.
가령 '된장녀'나 '김치녀'와 관련된 논문, 책(사전), 기사, 커뮤니티 등 '문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김기란·최기호의 <대중문화 사전>에 따르면 '된장녀'는 2006년 야후 코리아가 조사한 인터넷 신조어, 유행어 1위에 올랐던 단어다. 초기에는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 활동을 하면서 부모나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하는 여성상'을 의미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부정적인 여성상' 전체를 싸잡는 말로 외연이 확장되어갔다.
그런데 '김치녀'도 마찬가지다. 황슬하·강진숙이 2014년 한국방송학보에 발표한 <온라인 여성호명 담론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의 다양한 'OO녀' 시리즈는 주로 여성의 외모, 연애와 결혼에 대한 태도, 도덕적 의무 등 다양한 요소들에 대하여 여성이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 임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공통점이 있다. '된장녀'와 '김치녀'는 '무개념녀'로 낙인찍힌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면 2012~2013년은 두 용어의 의미가 점차 겹치는 방향으로 수렴한 시기였고, 사람들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배경 사상에 동의하든 안 하든) '된장녀'보다는 '김치녀'라는 신조어에 더 많은 관심과 주도권을 주기 시작했다는 추가적인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럼 '김치녀'라는 용어가 확산된 가장 큰 원인은 또 뭘까.
2012~2013년은 '김치녀'라는 말을 상습적으로 쓰던 일베가 급부상하던 시점이다(김학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 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 참조). 이렇게 자료들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기자들은 데이터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리석게 단정 짓거나, 아예 데이터를 애물단지 취급하지 않고도 해석을 내릴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활용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의 관심도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