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차들
김흥길
물론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기우(杞憂)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완전한 상태에 만족하라는 것은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그만 두라는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단지 삶의 잘못된 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은 결국 강박관념에 빠지게 만들어 정신건강을 해치게 되고 결국 불행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사소한 것들로 인해 골치를 썩이지 말아야 한다"이다.
그런데 조나단 티슈(Jonathan M. Tisch)는 리차드 칼슨의 주장과는 달리 그의 저서 "우리의 힘(The Power of We)"에서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실패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눈썹 한 가닥은 아주 작고 미세해서 어디에 떨어지면 찾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만약 고급 호텔의 객실 탁자 위나 고급 레스토랑 식탁 위의 유리잔에 붙어있다면 소중한 고객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고 그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이미지 실추에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든 또 다른 예들로는 이력서에서 발견되는 한 글자의 오타, 블라우스나 넥타이의 작은 얼룩, 면접 시에 얘기한 부적절한 한 마디, 잘못 부른 상대방의 이름 등은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만들 정도로 사소한 일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어떤 이는 사소한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따분하고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후자의 태도나 삶의 방식은 결국 자신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히게 된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쓰도록 하라. 사소한 것 하나가 여러분에 대한 평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소한 것이 소중한 경우가 있다. 사소한 것을 놓치면 큰 것도 놓칠 수가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산을 태워버릴 수 있고, 항공기의 작은 나사못 하나가 잘못되면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사소한 것'과 마티즈 신드롬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사소한 것은 그 의미가 다른 것임을 분명히 구별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작은 것이나 사소한 것도 모이면 커지고 그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표현이 바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고 사소한 것이나 작은 것을 소홀히 하다가 아주 심각한 사태나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부정적인 표현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일 것이다.
'사소한 것'에 대한 양극단의 상반된 가치 즉, '완벽에 대한 욕구'와 '내적 평화에 대한 욕망'에 대하여는 경제적 계산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력을 낭비함으로써 정신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개인적 대가를 치를 수도 있겠으나 대충주의나 적당주의가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되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나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더욱 심각하고도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간에 사소한 것, 작은 것을 경시하거나 소홀히 하다 보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심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참사나 큰 재앙을 부르기 때문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에서의 '한 걸음'이나, 최종 목표치에 1%가 모자라도 완전한 성공이 아니듯 그리고 물이 100도가 아닌 99도에서는 끓지 않듯이 '1도'의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汪中求)는 그의 책 '디테일의 힘(Power of detail)'에서 백 가지를 다 잘했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허사라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은 '100-1=0'이 될 수 있을 만큼 1처럼 사소한 것이 치명적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서양의 관용구는 디테일, 그 사소함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우리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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