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없는 우리 마당내가 사는 마을엔 담도 없고 대문도 없는 게 특징이다. 우리 집도 그렇다. 그렇다 보니 마당에 풀이 난 것도 오가며 마을 주민들이 다 보게 된다. 이번 자두 사건은 바로 이 풀 사건으로부터 발생했다. 하하하하
송상호
우리는 몰랐다. 자두나무가 열매가 없을 땐 괜찮다가, 열매가 맺혀 그 무게로 인해 자두나무가 길가 쪽으로 많이 휘었다는 걸. 그렇게 말해오는 덩치총각의 건의는 사실 정당한 것이었다. 우리 두 사람이 이러고 있는데, 마침 옆을 지나가던 마을 형수님이 또 한마디 거든다.
"그려요. 우리도 그 말 할라 했는디. 잘 됐네. 그냥 자두를 좀 묶어서 길가로 안 나오게 좀 해줘유."아내와 회의 끝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이쯤 민원이 발생하니, 행동해야 할 때가 됐다. 물론 행동하기 전에 회의는 필수. 아내와 회의를 했다. 처음엔 자두나무를 묶어야 되나로 의견이 모아지다가, 내가 과감하게 한 가지를 제시했다.
"여보, 우리 저거 베어 버리자."아내가 살짝 놀랐다. 하지만, 아내도 이내 찬성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사실 그 자두나무의 자두가 너무 조그맣고 많이 열리기만 해서 실용성은 없고 자리만 차지한다고 생각해왔던 터였다. 사실 해마다 이 자두나무 때문에 분쟁이 조금씩 있어 왔다. 이참에 분쟁의 근원을 잘라버리자는 결단이었다.
회의가 끝났으니, 이젠 행동개시다. '단칼'이라곤 표현했지만, 설마 그럴 리가. 톱을 가져왔다. 톱으로 작지 않은 자두나무를 잘랐다. 나무가 쓰러졌다. 자두나무엔 파랗고 조그만 자두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자두나무야 미안하다. 이웃과의 평화를 위해서 니 한몸 희생해다오."이렇게, 모든 일은 처리되는 듯했다.
마을 형수님이 왔다 가신 후 두고 간 것은...다음날이었다. 아내와 산행을 하고 돌아오니, 검은 봉지에 자두가 담겨져 있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우리 집 현관 문 앞에 농작물이나 과일 봉지가 놓여 있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종류가 자두라는 게 뉴스다. 아내가 말했다.
"알겠다. 누가 갖다 뒀는지."아내의 직감이 바로 맞춰버렸다. 윗집 마을 형수님(어제 지나가면서 자두나무를 언급했던)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그 형수님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99.9999999% 확실한 일이다. 우리가 하루이틀 이 마을에 산 게 아니다.
그 형수님은 차에 긁히니까, 자두나무를 좀 묶어서 길가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거였는데, 내가 그 나무를 단칼에 베어 버렸으니, 미안하셨던 게다. 야생 돌 자두나무라 너무나도 조그맣고 볼품없는 자두들이 열려있었는데, 그것을 베고 나니 큼직하고 맛난 자두로 우리 품에 돌아왔다. 그 마음이 고맙고 또 고맙다.
사실 나무를 단칼에 벤 것은 나무보다 이웃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내 마음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덩치총각이 우리집 풀 난 것을 잔소리(?)한 것에 대한 응징이기도 했다.